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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4.07 완벽한 조로 마스크 '게걸 조로' 고양이 20
‘게걸 조로’ 고양이가 떴다
완벽한 검은색 마스크에 검은색 망토!
영락없는 쾌걸 조로다.
그런데 이 녀석은 좀 먹는 게 과하다.
무슨 고양이가 사료를 마시다 못해
2~3분이면 한 끼 식사가 끝이다.
"보세요 이 완벽한 조로 마스크. 정의감에 불타는 눈. 사료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죠!"
다른 고양이가 사료 몇 개 입에 넣고 아작거리고 있을 때
녀석은 벌써 한 접시에 가까운 사료를 다 해치우고
그윽거리며 눈망울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다.
그래서 이 녀석에게 나는 ‘게걸 조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게걸 조로는 지난 겨울 초입부터
우리집을 드나들며 몰래 사료를 먹고 가는 턱시도 고양이다.
"근데 저 거실 안의 고양이들은 뭐냐? 혹시 납치된 건가. 이 집 아저씨 인상도 안좋던데... 이 게걸 조로가 구해볼까나?"
악당을 물리치는 정의의 사도, 쾌걸 조로와는
마스크 정도가 닮았다.
아니 외모만 봐서는 이 녀석이 더 악당스럽다.
그런데 이 녀석 하는 짓이 개그냥이다.
지난 한겨울에는 우리집 테라스에 올라와 살짝 거실 안을 엿본다는 것이
음식물 쓰레기 바구니를 잘못 디뎌
쓰레기를 엎어버렸다.
지레 놀라서 도망치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지더니
갑자기 마당 한가운데서 ‘나 아님’ 하는 표정으로 열혈 그루밍을 하는 게 아닌가.
"아 무셔! 저 총소리 나는 기곈 뭐냐고...?"
나 그거 보다가 키득키득 카메라 흔들려서 사진도 다 못찍었다.
이 녀석 하는 행동이 엄벙덤벙이다.
우리집에 허둥지둥 급하게 와서는 급하게 사라진다.
가끔은 우리집까지 와서 내가 여기 왜 왔지, 하는 표정을 짓다가
도로 급하게 가버리곤 한다.
물론 나중에 다시 와서 사료를 먹고 있는 모습이 발견되긴 했지만.
그리고 이 녀석 또 하나 웃기는 점은
카메라 공포증 같은 게 있는 모양이다.
"내가 일루 도망가려 했는데, 거길 막아서면 난 어쩌라구..."
녀석이 밥을 먹을 때 카메라 없이 내가 테라스에서 구경하는 건
눈치 살살 보면서도 인정하는 편이지만,
내가 녀석을 찍으려고 카메라만 들고 나가면
그게 무슨 총이라도 되는 것마냥 ‘아 무서워' 하면서 줄행랑을 놓는다.
그럼 이 녀석의 사진은 어떻게 찍었냐고?
나도 그게 의문이다.
"얼큰한 뚝배기 사료 한잔 하실레예?"
하루는 녀석이 사료를 후룩후룩 마시고 있을 때,
카메라를 들고 나섰는데,
미처 내가 나왔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녀석은
하던 흡입을 계속하고 있었다.
내가 뒤에서 찰칵거리고 있을 때쯤에야 녀석은
나에게 카메라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벌써 도망갈 타이밍을 놓쳤다.
결국 녀석은 내가 오늘은 희생한다, 면서 몇 컷을 헌납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도망을 쳤다.
"오늘은 이만... 바쁜 일이 있어서..."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집 풍산개 두보가 있는 개집 쪽으로 달려가다
지키고 있던 두보에게 혼쭐이 나서
다시 산비탈을 타고 모양 안 나오게 도망을 쳤다.
사실 요즘 우리집은
청소년 고양이 턱시도와 그의 어미 삼색이가 거의 장악했다.
겁 많은 청소년 고등어 녀석도 삼색이의 자식으로 보이는데,
녀석은 주로 밤중에만 어미와 함께 원정을 온다.
달타냥과 깜찍이는 삼색이 가족의 눈치를 보며 이따금 다녀가고
조로와 또다른 성묘 턱시도 또한
삼색이네 눈치를 보며 가끔씩 우리집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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