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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7.01 고양이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 22
고양이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
오래 전 전원고양이의 일원인 고래고양이를 소개한 적이 있다.
등에 선명한 고래무늬를 지니고 있어
고래고양이로 이름붙인 녀석에 대한 이야기였다.
녀석이 잔디밭에 뒤돌아서 앉아 있을 때면
마치 고래 한 마리가 수면 위로 솟구쳐오르는 듯 멋진 장면이 연출된다.
가끔은 녀석의 전생이 고래여서
이승에서 이렇게 평생 고래를 업고 다니는 게 아닌가, 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 봄 등에 고래무늬가 있어 고래고양이로 소개한 바가 있는 이 고양이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꽤 화제가 되었던 바가 있다.
고래고양이 등짝에서 내내 고래 한 마리가 바다를 그리워하는지는 내 모르겠다.
고래는 그저 고양이가 하는대로
고양이 등짝을 빌려 살고 있을 뿐이다.
엊그제 고래고양이가 사는 전원주택 마당에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고양이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
잔디밭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고래고양이를 보고 있자니
그 말이 맞는 것만 같다.
잔디밭 나무의자에 올라앉은 고래고양이. 막 바다의 수면을 박차고 하늘로 솟구쳐오르는 고래를 연상시킨다(위). 몸을 구부린 고래고양이의 모습은 마치 고래가 유선형으로 점프를 하는 듯하다(아래).
고양이가 움직일 때마다 고래는 다이내믹하게 춤을 추곤 했다.
고양이가 잔디밭에서 폴짝 나무의자로 뛰어오르자
고래도 덩달아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고양이가 꼬리를 흔들자
고래도 함께 춤을 추었다.
고양이가 살짝 고개를 숙이자
고래도 수면에서 점프를 하듯 유선형으로 구부러졌다.
고양이가 꼬리를 흔들 때마다 고래도 덩달아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춤을 춘다(위). 그렇게 춤 추던 고래가 갑자기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고래고양이의 휴식(아래).
고양이가 잔디밭에 누워버리자
고래는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바닷속 깊이 사라져버린듯.
그렇다. 고양이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
고래는 고양이가 하는대로 하늘로 솟구쳤다가 우아하게 수면을 점프하면서
지느러미를 흔들었다.
고래고양이의 앞모습(위)과 옆모습(아래).
고양이가 꼬리를 흔들 때마다
고래는 신나게 춤을 췄다.
너무 격하게 춤을 춰서 목이 타는지
고래는 잔디밭을 허위허위 헤엄쳐가 수돗가 함지박에 고인 물을 마셨다.
고래는 잔디밭에 앉아 그루밍을 하고, 옆에 앉은 팬더고양이와 장난도 치고
나무 울타리 그늘에도 철푸덕 엎드려 쉬었다.
이제 내 눈에는 고양이가 네 발 달린 고래로 보였다.
그루밍을 하다 뒤로 발라당 넘어져버린 고래고양이(위). 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간 고래(아래).
저것은 고양이의 탈을 쓴 고래가 틀림없어, 혼자 중얼거리며
나는 고래의 일거수일투족을 의심의 눈초리로 살펴본다.
어쩌다 바다를 떠나 이 깊은 내륙까지 왔을까.
와서는 왜 그토록 바다로 돌아가려고 꼬리지느러미를 흔드는 걸까.
어쩌자고 오늘은 나한테까지 와서
고래밥(물고기 모양 사료 때문인가 -.-)을 달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걸까.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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