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싸움 빵 터진 반전'에 해당되는 글 1건
- 2010.02.01 고양이 싸움, 빵 터진 반전 (33)
고양이 싸움, 빵 터진 반전
까뮈네 새끼고양이 당돌이는 어린 것이 당돌하기 짝이 없다.
인근에 내 발자국 소리라도 들리면 동네가 떠나가라 으냐앙거리는 것은 예사요,
사료를 늦게 부어주기라도 하면 행동이 그렇게 굼떠서 뭣에 쓰냐며 타박이다.
이 녀석의 당돌함은 때때로 무모하기도 해서
저보다 덩치 큰 중고양이에게도 겁 없이 덤비곤 한다.
한번은 까뮈네 가족의 임시 은신처인 텃밭 고사목 그루터기에
봉달이가 찾아온 적이 있다.
봉달이는 순전히 내가 그곳에 걸음을 하는 바람에
얼굴이나 내게 비치려고 찾아온 것인데,
이걸 본 당돌이 녀석
그루터기 위에서 하악거리고 심지어 털까지 곤두세우며
으냥냥 그루터기를 뛰어내려 텃밭으로 내려섰다.
기어이 녀석은 봉달이 코앞까지 접근해서는
“당장 안 꺼져!” 하고는 으르렁거리며 전투 태세를 취했다.
새끼고양이 당돌이의 무서운 기세에 눌려
봉달이는 순간 움찔하더니 곧바로 뒤를 돌아 도망을 쳤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뒤돌아 생각하니 이게 참 얼굴 팔리고 자존심이 여간 상하는 게 아니었다.
쬐끄만 하룻고양이가 세상 무서운줄도 모르고 덤비는 꼴이
꼴사납기도 했던 모양이다.
이에 봉달이는 가던 길을 급히 되돌려
고양이 세계의 도리를 가르쳐 주고자 당돌이에게 다시 다가섰다.
그런데 깜짝 놀란 당돌이 녀석,
혼비백산 걸음아 고양이 살려라 하면서 줄행랑을 치는 게 아닌가.
눈앞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얼마나 배꼽 빠지게 웃음이 나던지...
나도 모르게 나는 그만 벌판에서 깔깔 웃고 말았다.
'길고양이 보고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웅하는 고양이 (45) | 2010.02.10 |
---|---|
떠돌이 고양이, 골목을 접수하다 (23) | 2010.02.08 |
그림자 고양이 (19) | 2010.02.06 |
고양이 시건방 그루밍 (20) | 2010.02.04 |
축사고양이 왜 시커먼스가 되었나 (28) | 2010.02.03 |
못 올라갈 나무 쳐다보기냥 (17) | 2010.01.31 |
떠돌이 길고양이 가족 (26) | 2010.01.29 |
개울에서 보낸 한 철 (55) | 2010.01.27 |
고양이가 대문을 빠져나오는 방법 (25) | 2010.01.26 |
고양이와 닭의 신경전 (15) | 2010.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