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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7.28 착한 아기고양이 분양합니다 57
착한 아기고양이 분양합니다
며칠 전, 아내와 모처럼 월야산책에 나섰다. 밤인데도 공기는 후덥지근해서 30분쯤 걸었더니 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이왕 나온 김에 군것질이나 하자고 큰길가 동네 마트에 들러 얼음과자를 하나씩 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는 길에 삼월이나 역전고양이를 만나면 주려고 천하장사 소시지도 세 개나 샀다. “무슨 소리 안 들려?” 아내가 뜬금없이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거였다. “고양이가 울고 있나봐!” 얼음과자에 정신이 팔려 나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냥 외면하고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뒤에서 냐앙~ 냐앙 절박한 아기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아내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음을 되돌렸다. 집과 집 사이의 풀숲에서 나는 소리였다. 엄마를 잃어버린 것인지, 배가 고픈 것인지. 그 소리가 너무 애절해서 나는 아기고양이를 불러보았다. “왜 우니? 이리 나와 봐!” 고양이가 나오란다고 나올 리 없겠지만, 이 녀석은 달랐다. 풀숲을 헤치며 녀석은 꼬물꼬물 기어나왔다. 마침 고양이 주려고 산 소시지가 있어서 나는 녀석에게 껍질을 깐 소시지를 내밀었다. 녀석은 바로 앞까지 다가와 내가 내민 소시지를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었다. “아기 노랑이야! 아이고 조막만하네.” 플래시를 비춰보니 이 녀석 기껏해야 태어난 지 달포밖엔 안돼 보였다. 콧잔등과 주둥이는 새카맣게 때가 묻어 있었다. 녀석은 도망갈 기력도 없는지 그 자리에서 내가 내민 소시지를 다 받아먹을 기세였다. 배가 어지간히 고팠던 모양이다. 내가 목덜미를 쓰다듬어도 가만있었다. “엄마를 잃은 게 아닐까? 데려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아내는 우선 데려가서 먹여놓고 분양을 생각해 보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어미가 찾을 지도 모르니 소시지만 먹이고 그냥 가자고 했다. 그런데 이 녀석 소시지를 다 받아먹고도 그 자리에 앉아 빤히 내 눈을 올려다보았다.
마음이 약해지기 전에 일어나자고 벌떡 일어나 몇 걸음 걸어가는데, 뒤에서 또 애절하게 녀석이 냐앙거렸다. 아내는 데려가자, 나는 안된다 고양이를 앞에 두고 한참이나 옥신각신하는데, 이 녀석 빨리 결정을 해달라며 내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행색으로 보아 어미가 꽤 오랫동안 돌보지 않은 듯했고, 며칠은 굶은 듯해 보였다. 지난 장마철에 무던히도 비를 맞았던 것같다. 결국 나는 녀석의 목덜미를 들어올렸다. 그런데 이 녀석 아무런 반항도 않고 얌전하게 네 발을 앞으로 모으고 있었다. 내가 가슴팍에 녀석을 안고 왼손으로 엉덩이를 받치고 걷는데도 발톱 한번 세우지 않는 거였다. 어쩌면 이 녀석 살기 위해 이 방법을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만일 어미도 없고, 저렇게 며칠 더 굶는다면 무지개다리를 건널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녀석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현관문을 열 때쯤 하늘에서 우르르 쾅쾅 우레가 치더니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이 녀석 비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까. 빗속에서 더는 고생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녀석을 거실에 내려놓고 파우치와 물 한 그릇을 내밀자 이 녀석 파우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물만 연신 들이켰다. 어지간히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 배가 빵빵할 정도까지 물을 마시고서야 녀석은 좀 살겠다는 듯 거실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이제 문제는 작업실과 고양이방에 있는 우리집 고양이들이었다. 낯선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녀석들이 가만 있을 리가 없었다. 우선 아기고양이 목욕부터 시켜야 할 것 같아서 우리는 서둘러 녀석을 욕실로 데리고 갔다. 물 속에 풍덩 담가도 이 녀석 발톱 한번 세우지 않는다. 싫다고 기어나오려고는 하지만 목욕하는 고양이치고 그렇게 얌전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건 뭐지? 목욕을 시키며 녀석의 몸을 찬찬히 살펴보니 몸에 벌레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쥐벼룩이었다. 잡아서 내놓으면 톡톡 튀어오르는 것이 쥐벼룩이 확실했다. 목욕은 제쳐두고 이제 아예 쥐벼룩 잡기에 나섰다. 얼마나 잡았는지 30여 마리는 잡은 듯하다. 얼추 잡은듯해 녀석의 젖은 털을 수건으로 닦아주는데, 또 쥐벼룩이 눈에 띄었다. 녀석의 털을 샅샅이 뒤져 너댓 마리를 더 잡고서야 벼룩잡기는 끝이 났다.
그나저나 이 녀석 목욕을 시키고 헹구고 쥐벼룩 잡느라 제 털을 이 잡듯이 뒤졌는데도 그렇게 얌전할 수가 없다. 나중에는 쥐벼룩을 잡아서 시원한지 고롱고롱거리기까지 했다. 그동안 얼마나 가려웠을까. 녀석은 날아갈듯이 상쾌해져서 이제 명랑하게 뛰어다녔다. 드디어 우리집 고양이에게 인사를 시킬 시간이 되었다. 녀석을 안고 작업실로 들어가자 랭보와 루, 니코가 먼저 다가와 아기고양이의 냄새를 맡는가 싶었는데, 랭이가 뒤에서 갑자기 하악을 날리며 으르렁거렸다. 덩달아 놀란 랭보와 루는 기겁을 하고 도망을 쳤다. 그래도 이 녀석 의연하게 방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거였다. 혹시 화장실에 가고 싶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화장실에 넣어주자 곧바로 쉬를 하고 큰일까지 보았다.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스크래처를 찾아 발톱까지 갈았다.
이튿날에도 우리집 고양이들은 아기고양이에게 하악거리고 으르렁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녀석은 고양이방에서 작업실까지 구석구석 구경다니고 내가 컴퓨터 앞에 앉으면 책상으로 올라와 마우스를 움직이는 내 손을 가지고 장난도 치다가 어느 새 얌전하게 잠들곤 했다. 때때로 자판을 타고 넘어와 내 무릎에 안기기도 했다. 이렇게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는 처음 봤다. 성격도 좋아서 방금 전에 하악질을 한 니코가 낮잠을 자는 동안 몰래 다가가 꼬리 장난도 쳤다. 보아하니 이 녀석은 우리집 고양이와 한시라도 빨리 친해지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녀석 때문에 우리집 고양이들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차피 분양하려고 데려온 녀석이니, 조금만 참아라 인석들아! 사실 우리집은 이미 고양이가 다섯 마리인 데다, 아직 돌이 안된 아기 육아중이어서 한 마리를 더 키울 수는 없다. 그렇잖아도 어른들은 있는 고양이조차 못마땅하게 여기며 내보내라고 은근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래저래 이 녀석 부디 좋은 인연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야 할텐데. 혹시 녀석은 이렇게 폭우가 쏟아질 걸 미리 알았을까. 녀석이 온 뒤부터 엄청난 폭우가 계속되고 있다.
<아기고양이 분양합니다>
1. 입양 지역/신청인의 이름과 연락처(반드시 실명으로 적어주세요)
임보중: 경기도 양평
신청인(닉네임) : dall-lee
연락처(이메일): binkond@hanmail.net로 연락주시거나 아래 댓글란에 입양 의사를 밝혀주시면 고맙겠습니다(비밀댓글로 전화번호를 남겨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2. 고양이의 성별/나이/건강사항 등
성별 : 암컷
나이 : 6주 안팎 추정
건강사항(병원, 질병기록, 중성화여부) : 無, 쥐벼룩은 퇴치하였습니다.
3. 입양시 조건(자세히 읽어보시고 결정하세요.)
* 끝까지 책임지고 보호해 주시고 보살펴 주세요.
* 입양 후 1년간 한달에 한번 녀석의 간략한 안부와 사진을 메일로 보내주세요.
* 결혼을 앞둔 분은 반드시 두 분의 합의가 있어야 하며, 미성년자는 안됩니다.
* 메일에 성명, 나이, 전화번호, 주소, 메일을 적어주시고 입양 이유를 함께 적어주세요.
* 오실 때(중앙선 전철 이용하셔도 됩니다) 이동장을 가져 오셔야 합니다.
4. 분양시 책임비: 없습니다.
5. 기타
* 아직 어려서 예방접종은 하지 않았습니다.
* 어미 없이 장마철을 보낸 듯합니다.
6. 고양이의 특기 사항(버릇 및 성격등)
*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가 많습니다.
* 목욕을 시킬 때도 얌전합니다.
* 발톱을 안 세우는 온순한 녀석이고, 무릎냥이입니다.
* 아무 고양이한테도 달려가 장난을 치는 사교성 높은 고양이입니다.
7. 고양이를 입양 보내는 이유
* 구조후 임보 중인 고양이입니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 트위터:: @dal_lee
명랑하라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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