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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0.18 고양이가 금배추밭에 나타난 까닭 14
고양이가 금배추밭에 나타난 까닭
금배추밭에 고양이가 나타났다.
고양이도 배추 비싼 줄 아는지,
배추밭 고랑을 걷는 고양이의 걸음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여울이네 아기고양이 세 마리와 당돌이,
축사고양이 출신인 소리,
개울냥이네 노을이 등이
배추밭 인근에서 놀고 있다.
"이게 그 비싸다는 배추냐? 아무리 봐도 사료가 더 맛있게 생겼는데..."
녀석들이 배추밭으로 간 까닭은 어떤 습관이랄까.
과거 이 배추밭은 콩밭이거나 대파밭, 고추밭이었다.
이 콩밭과 고추밭은 여울이네 식구들이 여름내 즐겨찾던 은신처이자 놀이터였다.
녀석들은 이곳에서 여름을 났다.
그런데 어느 날 콩밭이던 곳은
배추와 무, 당근밭으로 바뀌었다.
"여기 배추와 무는 유기농이래...그럼 훨씬 더 비싸겠다. 그치 삼촌?"
빽빽하게 우거져 은신처를 제공했던 콩밭 대신
사방이 훤한 채마밭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습관처럼 콩밭을 찾던 녀석들은
숨을 곳이 없어도 배추밭 무밭으로 나들이를 나온 것이다.
이 녀석들 나들이 나와서
즈이들끼지 수군거린다.
"무가 참 실하게 잘됐네... 배추김치가 비싸니깐 양배추 김치...아니 걍 사료 먹으라 그래...."
“요즘 배추가 금값이라며?”
“누구는 배추가 비싸다고 양배추 김치 먹자던데...”
“배추나 양배추나 똑같이 금값이라는 건 고양이도 다 아는데...”
“우린 배추김치 없어도 괜찮아. 사료만 있으면 돼!”
그나저나 요즘 여울이네 식구가 절반으로 줄었다.
어느 날부턴가 여울이도 보이지 않는다.
여울이네 아기고양이 여섯 마리 가운데 요즘 보이는 녀석들은
세 마리가 전부다.
아무래도 나머지 세 마리는 여울이가 이끌고 독립을 한 듯하다.
"사람들은 무슨 맛으로 이걸 먹는 걸까?"
당돌이 삼촌을 보고 하악질을 일삼던
여울이네 아기고양이들은 이제 제법 삼촌과 친하게 어울린다.
여울이가 보이지 않게 되면서
당돌이에게 의지하는 바도 꽤 크다.
그나저나 꽤 오랜 동안 보이지 않던 축사고양이 출신
소리가 요즘 부쩍 개울냥이네 영역에 출현하고 있다.
발정이 나서 그런가
아니면 영역을 이리로 옮겼는가는 알 수가 없다.
"배추밭은 우리가 지킨다. 철통경계 24시."
이래저래 요즘 금배추밭이 고양이밭이다.
혹시 이 비싼 금배추를 누가 훔쳐갈까 보초를 서는 건 아닐까.
역전에 사는 역전고양이도 요즘
배추밭에서 한낮을 보낼 때가 대부분이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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