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치명적인 유혹'에 해당되는 글 1건
- 2009.10.14 고양이의 치명적인 유혹 (45)
고양이의 치명적인 유혹
고양이란 참 묘한 구석이 있다.
다가서면 저만치 멀어져 있다가도
돌아서면 어느새 뒤에 와 있다.
낯선 고양이를 ‘꼬시는’ 일은 첫사랑과도 같아서
늘상 애가 타고 언제나 설레게 마련이다.
파란대문집 달타냥(크림&너구리꼬리)을 처음 보았을 때,
한적한 시골에 저렇게 멋진 고양이가 있었다니, 하고
나는 짧은 탄성과 함께 오랜 눈독을 들여왔다.
어떡하면 저 녀석이랑 친해질까,
가끔은 녀석이 사는 파란대문집을 기웃거리며 공연히 눈도장도 찍었다.
얼마 전 할머니를 따라 마실을 가는 풍경을 보았을 때만 해도
탈타냥과 나 사이에는 분명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몇 번 더 녀석과 만나고
서너 번 더 나의 사료신공이 작렬하면서
녀석과 나의 거리는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누군가는 쥐를 잡기 위해 키우는 고양이에게 그렇게
사료를 주게 되면 고양이가 더 이상 쥐를 잡지 않을 것을 염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 사료신공이란 본디 ‘강력하지가 않아서’ 기껏해야
2~3일에 한번 한 움큼 정도가 전부이니
그 점은 별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래저래 이제는 내가 파란대문집 근처만 지나도 어떻게 알고 녀석은
부리나케 달려나온다.
한번은 집앞 콩밭에 가 있다가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는 콩포기 사이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이렇게 내 앞에 선 녀석은
처음에는 내 주위를 빙빙 돌다가
점점 거리를 좁혀오며 급기야 내 가랑이 사이를 지그재그로 통과하며 애교를 떤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먹이를 달라며 냥냥거린다.
외출을 했다가도 집에 가려면 반드시 파란대문집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 때마다 녀석은 아는체를 한다.
어떤 날은 내 앞에 큰대(大)자로 누워서 하얀 솜털의 배를 드러내보이며
“그냥 가려면 나를 즈려밟고 가시오” 하면서 시위를 한다.
졸졸 따라다니는 것은 기본이요,
뒤집기와 발라당은 옵션인데다
누워서 빤히 눈을 맞추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녀석은 내게
“맘대로 만져도 돼”라며 이제 내 손길마저 허락했다.
이런 고양이의 치명적인 유혹에 안 넘어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고양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녀석의 유혹이 너무 달콤해서 가끔은 넋을 놓기도 한다.
이 시츄에이션, 너무 초식남스러운건가.
누군가는 할 일 없는 놈의 소일거리가 그게 뭐냐고 손가락질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아무래도 괜찮다.
정작 손가락질 받아야 할 파렴치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조용한 시골에서 고양이를 돌보고,
이렇게 가끔 녀석들의 구애행동을 즐기며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길고양이 보고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 요괴로 변신중 (25) | 2009.10.23 |
---|---|
귀여워 시골냥이 물마시는 법 (21) | 2009.10.22 |
시골냥이 졸지에 철거냥 된 사연 (11) | 2009.10.21 |
시골 캣맘이 돌보는 길고양이 가족 (20) | 2009.10.20 |
고양이가 가을꽃을 만났을 때 (30) | 2009.10.16 |
궁금냥이 (31) | 2009.10.12 |
할머니 따라 마실 가는 고양이 (80) | 2009.10.09 |
길고양이 사진찍기 8가지 방법 (22) | 2009.10.08 |
간지 작렬 꽃미냥, 달타냥 (41) | 2009.10.07 |
꽃집의 고양이는 예뻐요 (15) | 2009.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