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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2 길고양이 눈칫밥 18

길고양이 눈칫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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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눈칫밥



먹고 살기 참 힘듭니다.
어쩌다 이 랭씨네 집과 인연이 돼 하루 한번 사료 급식을 받고 있지만,
이건 뭐 눈칫밥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도 내가 이 동네 킹왕짱인데,
먹고 살려니 어쩔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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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굴욕이 없네...내가 그래도 이 동네 킹왕짱인데...테라스 아래서 눈치 보며 밥 먹어야 하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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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테라스에 사료 그릇이 놓여 있어도
랭보 랭이 눈치 보느라 맘 편히 먹을 수도 없습니다.
이 녀석들 어찌나 까칠한지,
게다가 저번에 랭씨네 집사랑 발도장까지 찍고 약속한 게 있어서...
내가 테라스에 올라와 녀석들에게 반갑다고 아웅, 하고 인사하면
이 자식들 혼비백산, 기겁을 하고 놀라서 도망을 치니
나의 이 매력적인 목소리를 함부로 뽐낼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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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가 이 동네 짱이래. 아휴, 무서워서 어디 구경이나 하겠냐...

그리하야 오늘은 참으로 굴욕적으로
테라스 아래서 테라스 위에 놓인 사료를 하나씩 씹어먹는데,
히야, 참 옛날 생각 납디다.
지난날 날품팔이 하면서 눈물 젖은 빵을 씹던 시절...
하긴 요즘 애들이 어디 그런 고생을 아나.
뭐 어쨌든 눈칫밥이라는 게 먹는 냥이 입장에선 속 편할 리가 없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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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쫌...밥 먹을 땐, 그냥 좀 두쇼...

랭씨네 아저씨 밥 한 그릇 주면서 어찌나 생색을 내는지,
저번에는 봉숭아꽃 앞에다 사료 그릇을 갖다 놓더니
밥 먹는 나를 자꾸만 찰칵찰칵 찍어대는 거예요.
내가 동물원 원숭이도 아니고,
참나, 내가 그때 참 배가 고프지만 않았어도
카메라 배터리를 확 빼버리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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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료를 또 여기다 놔 뒀네...이건 보물찾기도 아니고, 나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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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요즘에는 왜 그렇게 사료 그릇을 여기 저기 놓아두는지 참,
딴에는 개미가 꼬여 사료 놓는 곳을 돌아가면서 놓는다고 하는데,
개미가 꼬이든 말든, 그 사료 내가 먹지 지가 먹나.
냥이 헷갈리게...
뭐 그래도 이래저래 지난 7개월 랭씨네 집에서 급식을 해준 덕택에
사는 데는 걱정이 없습니다만,
어디 냥이가 밥만 먹고 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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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추워지기 전에 털난로라도 한 마리 빨리 마련해얄텐데...

뭐 가끔 TV도 보고, 정서적인 풍요를 위해 명상도 해야 하고,
옆구리 시리기 전에 털난로도 한 마리 마련해야 하고...
햇볕 따뜻한 곳에서 몸단장도 좀 해야 하는데,
눈칫밥 먹는 처지에 어디 그런 게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눈칫밥일지언정 양만 많이 주세요.
가끔 고기 반찬도 내주시고...

* 희봉이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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