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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7.13 길고양이가 놓고 간 뜻밖의 선물 42
길고양이가 놓고 간 새 한마리
엊그제 길고양이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고양이가 선물을?
믿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사실이다.
종종 고양이는 먹이를 주거나 오랜 동안 자신을 보살펴온 사람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을 가져올 때가 있다.
물론 이 선물은 사람에게는 전혀 달갑지 않은,
아니 더러 징그러울 수도 있는 것들인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쥐나 벌레, 나방을 비롯해
새를 선물로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사람으로서는 반갑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고양이로서는 이런 선물이 고마움을 표시하는 가장 최고의 답례품이자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다.
그동안 나는 서너번 길고양이로부터 이런 선물을 받았다.
오래 전 7개월 정도 먹이를 주며 보살펴왔던 ‘희봉이’라는 길고양이는
영역을 떠나기 전, 집앞에 쥐 한 마리를 놓아두고 갔다.
길고양이 출신인 랭보는 집으로 온 뒤,
첫 사냥에 성공한 나방을 물어다 내 앞에 놓고 간 적이 있다.
그리고 엊그제는 길고양이로부터 새를 한 마리 선물로 받았다.
이사를 온 뒤로 나는 지난 4개월 정도
‘바람이’라고 이름붙인 노랑이에게 먹이를 주며 보살펴왔는데,
녀석은 그게 고마웠던지
엊그제 아침 테라스 출입문 앞에 새 한 마리를 물어다 놓았다.
쇠박새로 보이는 새의 가슴에는 고양이 이빨 자국이 그대로 나 있는 것으로 보아
바람이가 물어다 놓은 것이 분명했다.
하늘을 날던 새가 정확히 출입문 앞에 떨어질 리도 없을뿐더러
다른 짐승이 그렇게 했을 리도 만무하다.
문제는 이 선물의 처리 문제였다.
하필이면 바람이가 테라스 밑에 와 있었으므로
그것을 녀석이 보는 앞에서 내다 버리는 것은 녀석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우선 바람이에게 사료를 한 그릇 갖다 부어주고
녀석이 자리를 뜨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바람이는 먹이를 다 먹고도 테라스 아래서 한참이나 머물렀다.
거의 점심 때가 다 되어서야 바람이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이 때다 싶어 바람이의 이빨 자국이 선명한 새의 주검을 들고
마당 옆 산비탈에 고이 묻어주었다.
누군가는 것봐라 고양이가 새를 잡아먹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유럽의 생태학자 조사에 따르면 고양이가 새를 잡아먹는 비율은 4.5% 정도로
이는 쥐나 너구리가 새를 잡아먹는 비율보다도 훨씬 낮다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 자연의 새들을 멸종 위기로 내몬 당사자는 바로 사람이었다.
사람이 저지른 생태계 교란과 환경 파괴에 비하면
고양이의 새 사냥은 아주 미미한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 고양이의 사생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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