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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09 길고양이가 꿈꾸는 전원생활 41

길고양이가 꿈꾸는 전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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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행복한 전원생활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그동안 블로그에 올린 상당수의 고양이는 집에서 3~4km는 떨어진
이웃마을의 고양이가 그 주인공이었다.
우리 동네에는 기껏해야 바람이와 달타냥이
이따금 선을 보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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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현관 앞 나무 그루터기를 캣타워 삼아 올라앉은 새끼 삼색이 한 마리와 개. 사진 속의 개는 이 집의 새끼 고양이 여러 마리를 젖을 물려 키웠다. 때문에 이곳의 고양이와 개는 유난히 사이가 좋다(위). 마당 잔디밭에 앉아 평화롭게 쉬고 있는 고양이들. 전에 소개한 고래고양이도 보인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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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 우리 동네 아랫마을에서 여러 마리의 길고양이를 한꺼번에 만났다.
무려 8마리의 고양이가 전원주택 마당과 테라스를 배경으로 앉아 있었다.
마당고양이가 아니라 모두 길고양이였다.
얼마 전 소개했던 <고양이 등에 고래가 있어요>의 주인공인
‘고래고양이’ 또한 그중 한 마리였다.
전원주택의 주인인 할머니와 아주머니 두분 다 고양이를 좋아해서
집으로 오는 녀석들 밥을 주다보니 지금처럼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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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오는 고양이들은 전원주택의 테라스와 잔디밭을 휴게소이자 잠자리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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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에 따르면 이곳에 들러 밥을 얻어먹는 녀석은 모두 10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낮에는 7~8마리 정도 볼 수 있고, 밤에는 열 마리가 넘어요.”
때마침 할머니가 집안에서 ‘간식’을 가지고 나오자
여기저기 마당에 흩어져 있던 고양이가 할머니에게로 몰려든다.
순식간에 간식은 동이 난다.
몇 마리는 먹이그릇 앞에서 여전히 입맛을 다시고
몇 마리는 봄 햇살이 좋은 자리로 뽈뽈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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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앞에 이르러 먹이를 달라고 냥냥거리는 고양이(위). 맨 처음 만났을 때 녀석들은 나를 피해 개 뒤로 숨었다. 심지어 어떤 녀석은 개집 안으로 피신을 했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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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곳의 고양이들은 마치 오래전부터 여기에 살았던 것처럼
전원주택의 마당과 테라스를 자유롭게 오가며 거의 상주하다시피 한다.
봄이 되면서 햇살이 좋은 잔디밭은
고양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휴게소 노릇을 하고 있다.
녀석들은 여기저기 잔디밭에 널브러져 그루밍을 하거나 낮잠을 잔다.
현관 앞에 있는 나무 한 그루는 고양이를 위해 잘라놓은 것인지
천연 캣타워 노릇을 하고 있다.
거기에는 새끼 삼색이 한 마리가 올라앉아 이쪽을 본다.
테라스에도 중고양이 두어 마리가 올라앉아 서로 장난을 치며 그루밍을 한다.
고등어무늬 고양이 한 마리는 마당가 화단에서 자라는 봄 새싹을 신기한듯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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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집안에서 가져온 간식을 먹이그릇에 내놓자 고양이들이 여기저기서 몰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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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진정 ‘행복한 풍경’이 아닌가.
사실 맨 처음 마당에 여기저기 누워서 한가롭게 그루밍을 하고 있는 녀석들을 만났을 때
나는 이 녀석들이 집에서 키우는 마당고양이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는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곳에 고양이가 드나들며 밥을 얻어먹기 시작한 것은 약 1년 전이다.
“처음에 두세 마리가 들락날락거리더니 그중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어요.
그 때부터 고양이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다른 녀석들도 찾아오고 지금처럼 된 거죠 뭐.”
그런데 참 희한한 것은
이곳의 고양이들은 개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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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전원생활이에요."(위) "이게 뭐지? 며칠 전까지 안보이던 게 이렇게 갑자기 생겼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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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개와 고양이가 함께 어울려 있는가 하면
낯선 사람이 나타날 때면 고양이들이 개집 속에 숨기도 한다.
무슨 까닭일까?
“어미고양이가 며칠씩 안보이면 신기하게도 개가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는 거예요.
그것도 새끼를 낳은 적도 없는 개가.
그래서 그런지 고양이들도 개를 잘 따르고 사이가 좋아요.“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사실 이곳에 오는 고양이들에게 나눠주는 밥은 그리 신통치가 않다.
고작해야 먹다 남은 밥이나 빵,
이따금 개 사료를 나눠주는 게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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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에서 뒹굴고, 산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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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저도 그리 풍족한 편은 아니다.
다른 캣맘들처럼 고양이 사료를 나눠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고양이들은 이곳에서 마당고양이처럼 편안한 생활을 해오고 있다.
“오는 고양이에게는 먹을 것을 내주고
가는 고양이는 그냥 가게 놔둡니다.”
이 때문인지 낮에는 바깥을 떠돌다가 밤이 되어서야 돌아오는 고양이도 여러 마리다.
“맨 처음 터를 잡은 고양이가 텃세 같은 건 안하나요?”
“여긴 그런 건 없어요. 낯선 고양이가 와도 다들 경계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야말로 길고양이들의 행복한 전원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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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저씬 누구세요?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어디서 낯선 고양이 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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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우리집을 찾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지만,
녀석이 경계심이 심해 여기와 같은 평화로운 풍경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심히 부러울 따름이다.
그동안 이곳의 고양이들과는 고작 두번 만났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녀석들이 스스럼없이 내 앞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모두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아는 고양이들이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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