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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2 고양이 하우스 길냥이 아빠 49

고양이 하우스 길냥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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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하우스 길냥이 아빠


고양이 하우스 지붕에 올라가 있는 길냥이 두 마리.

우리 동네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고양이 하우스가 있다.
말 그대로 고양이가 사는 하우스가 있다는 말이다.
이 하우스는 박스나 포장재를 보관하는 자재 창고이자 사무실인데,
철근 구조물에 비닐막을 씌워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고양이 하우스 지붕에 다섯 마리의 길냥이가 따뜻한 봄볕을 즐기고 있다.

여기에는 모두 여섯 마리의 길고양이가 함께 산다.
온몸이 새까만 깜장이를 비롯해 삼색이, 젖냥이,
새끼를 포함한 주황이 식구 세 마리.
여기에다 수시로 먹이 동냥을 오는 길냥이도 네 마리나 된다.

이곳이 고양이 하우스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늦가을부터이다.
하우스에서 포장용기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진원 씨는
작년 늦가을에 처음으로 길고양이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원래 집냥이었던 깜장이. 누군가 버리고 간 유기 고양이를 이제껏 이진원 씨가 거두어 키워왔다.

어느 날 저녁 퇴근을 하려는데,
문앞에 배고픈 길고양이 한 마리가 냥냥거리고 있더라는 것이다.
이에 이진원 씨는 가여운 생각에 먹이를 주었는데,
이튿날부터 녀석은 하루도 빠짐없이 하우스를 찾아와
먹이 동냥을 하더라는 것이다.

당시 동냥을 오던 길고양이는 새끼를 배고 있었는데,
추운 겨울에 녀석이 길거리에서 새끼를 낳는 것이 안쓰러워
이 씨는 길고양이를 거두어 집으로 데리고 갔다.


고양이 하우스 지붕에서 놀고 있는 길냥이들.

‘별님이’로 이름붙인 이 길고양이는 얼마 전
모두 여섯 마리의 어여쁜 새끼를 낳았는데,
사실상 이 씨의 고민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태어난 지 약 6개월된 새끼 길냥이.

사무실이 있는 하우스에도 현재 여섯 마리의 길고양이를 거두어
먹이를 주며 자유롭게 키우고 있는데다
집에서도 일곱 마리의 길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야말로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컸다.

하우스에서 거두어 키우는 여섯 마리의 길냥이와
먹이 동냥을 오는 네 마리의 길냥이에다
집에서 키우는 일곱 마리의 길냥이까지 합치면
무려 그가 관리하는 길냥이가 무려 17마리나 되는 것이었다.


두 마리의 주황이 새끼를 거느린 주황이 어미는 얼마 전부터 계속 하혈을 하고 있지만, 포획이 잘 안되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 씨는 하우스에 사는
젖냥이와 깜장이에게 얼마 전 중성화 수술을 시켜 주었고,
다른 길냥이들도 한두 번씩 동물병원을 데리고 다녔는데,
그동안의 병원비만 해도 적지 않게 나갔다.


주황이 새끼와 어미가 고양이 하우스 박스 위에 올라앉아 있다.

그런데다 작년 늦가을부터 지금까지
17마리 고양이에게 들어간 사료값까지 합치면 무려 200여 만원의 돈이 지출되었다고 한다.
비닐 하우스에서 포장용기 사업을 하는 그로서는
길고양이에게 나가는 돈이 부담이 될 정도인 것이다.


젖소 무늬가 있는 이 젖냥이도 고양이 하우스 식구다.

해서 집에서 낳은 고양이 새끼 세 마리는 분양 신청을 받았고,
나머지 세 마리도 분양을 할 예정이다.
"집에서 낳은 새끼 고양이 3마리, 하우스에 있는 2~3마리 길냥이 분양해갈 사람만 있다면 언제든지 분양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분양받겠다는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양이 하우스 식구는 아니지만, 이따금 먹이 동냥을 오는 길고양이.

길고양이와 인연을 맺은 죄로
이제껏 길냥이 아빠의 삶을 살아온 그였다.
하지만 혼자서 17마리의 길고양이를 다 거두어
보살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양이 하우스를 가끔씩 찾는 길고양이.

한달 전부터 나는 가끔 고양이 하우스를 찾아가
그곳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만났고,
길냥이
아빠로 살아가는 이 씨와도 가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나는 우리 사회에 이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진즉에 알리고 싶었지만,
그는 손사래를 쳤다.
만약에 이곳의 위치가 밝혀지면 더 많은 집냥이들이
이곳에 버려질 것이 염려가 되었던 것이다.


이진원 씨는 얼마 전 깜장이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켜 주었다. 본래 집냥이었던 관계로 하우스에서 끝까지 보살필 예정이다.

실제로 고양이 하우스에서 이 씨와 가장 친하게 지내는
깜장이는 집냥이로 살다가 버려진 유기 고양이었다.
그것을 이 씨가 거두어 이제껏 키운 것이다.
누군가 길냥이 아빠의 부담을 조금만 덜어준다면, 그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 이진원 씨의 사진이나 위치 정보가 될만한 사진은 그가 원하지 않는 관계로 싣지 않았습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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