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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아기냥 3남매의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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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아기냥 3남매의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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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주택 화단에 사는 길아기냥 3남매.

약 2개월 전 우리 동네 연립주택 화단 구석에서
세 마리의 아기냥이 태어났습니다.
몇 번 그 앞을 지나다녀도 알지 못하다가
하루는 화단에 웃자란 잡초 그늘 속에서
냥냥거리며 우는 소리가 들려 들여다보았더니
거기 세 마리의 아기냥이 놀란 눈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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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냥 두 마리가 서로 부둥켜안은 채 그늘에서 자고 있다.

전혀 놀라게 할 의사는 없었지만, 녀석들은 나를 보고는 깜짝 놀라서
재빨리 시멘트로 가려진 은신처로 숨어들었습니다.
보아하니 녀석들은 그때 기껏해야 20여 일 정도 되었을까,
아직도 젖을 떼지 않은 젖냥이들이었습니다.
그 때가 약 달포 전이었으니, 녀석들의 나이는 이제 두달 정도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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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에 놀라 깨어난 두 마리 아기냥이 두리번거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날 이후 나는 그곳을 지날 때마다
녀석들이 궁금해 화단을 살피고, 녀석들 어미에게 먹이를 주곤 했습니다.
사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준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한번은 집앞에 새끼를 낳은 어미에게 먹이를 주다가
동네 청소부 아줌마에게 ‘미친놈’ 소리도 들었습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도둑고양이’ 밥을 주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졸지에 나는 미친놈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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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은 멀리 도망가지 않고,  근처에서 내 동정을 살폈다.

또 한번은 집 뒤에서 고양이 먹이를 주다가 한 아저씨에게 걸려
‘당신 변태야’ 하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길고양이 먹이 좀 준다고 ‘변태’에다 ‘미친놈’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것인지.
왜 비난받고 심지어 범죄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길고양이 먹이를 주던 세탁소 또한 옆 음식점 아저씨가 툭하면 찾아와 고양이 꼬이게 하지 말라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해서
이제는 거의 먹이 주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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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냥과 함께 있는 두 마리의 아기냥이 화단의 잡초 너머로 보인다.

얼마 전에 소개했던 고양이하우스에서도 이웃들이 뭐라고 하는 바람에
이제는 길고양이에게 더 이상 하우스를 개방하지 않고 있답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 엄청나게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일입니다.
미국의 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약 1700만 명의 사람들이 3500만 마리의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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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냥 한 마리가 우거진 잡초 너머에서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다.

스페인의 경우는 아예 길고양이 먹이 주는 것을 권장함으로써 몇몇 도시는 길고양이를 보러 오는 관광 프로그램까지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면 범죄 취급을 합니다.
그렇게 눈치를 살피며, 눈을 피해 약 달포 정도
나는 연립 고양이들에게 조금씩 먹이를 나눠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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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세수중인 아기냥.

이제는 3남매 아기냥도 제법 자라서 한달 전부터는 먹이를 주면 어미를 제치고 먼저 달려올 정도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 녀석들은 기특하게도 최근의 장마철과 폭염의 날들을 잘 견디고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3남매는 시멘트 은신처 속으로 들어가 아예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날이 개고 나면 화단으로 나와 잡초 그늘 아래서 잠도 자고 장난도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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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연립주택 지붕에 새가 날아와 앉자 특유의 호기심으로 쳐다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누군가 이 화단에 우거졌던 잡초들을 깨끗하게 잘라버렸습니다.
3남매에게 은신처와 놀이터가 사라진 것입니다.
더구나 요즘 불볕더위가 심해 3남매 아기냥들은 그늘을 찾아
윗동의 연립 화단까지 올라오곤 합니다.
녀석들도 요즘의 폭염은 좀처럼 견디기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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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어미의 모습을 가장 빼닮은 아기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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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산책을 나갔다가 녀석들이 세상 모르고 자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몇 번 3남매가 서로 상대방을 베개 삼아 뒤엉켜 자는 모습을 보긴 했으나,
낯선 발자국 소리가 나면 금세 깨곤 하던 녀석들인데,
오늘은 아예 내가 코앞까지 나타났는데도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곤하게 자고 있었습니다.
폭염에 지칠대로 지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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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까만 아기냥.

내 헛기침 소리에 녀석들은 깨어났지만, 잠이 덜 깬 모양인지 녀석들은 멀뚱멀뚱 나를 쳐다봅니다.
뒤늦게 아랫동에서 자고 있던 어미가 올라와 나를 경계합니다.
녀석의 어미는 그 전부터 나도 여러 번 보아온 녀석인데,
사실 오른쪽 옆구리에 상처를 입어 한동안 옆구리가 벌거숭이처럼 흉측했었습니다.
다행히 상처는 많이 아물었고, 이렇게 새끼를 낳아서 잘 키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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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냥이 잡풀 너머에서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3남매가 모두 무사합니다.
그러나 생존율 30%도 되지 않는 길고양이의 세계에서
녀석들의 앞날은 불투명하기만 합니다.
더더욱 이제는 3남매도 독립할 나이가 되었으므로
살벌하고 본격적인 생존경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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