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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8 눈쌓인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 1초후 28

눈쌓인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 1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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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굴욕



 

눈이 내려서 전원주택 고양이나무에도 눈이 살짝 쌓였다.
‘고양이나무’란 마당가에 고목이 된 나무로
전원고양이들이 툭하면 이곳에 올라가 내가 그냥 편의상
‘고양이나무’라 부르는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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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 역시 정상이 좋긴 좋구나, 야!"

점심 급식이 끝나자 전원고양이들은 저마다 자리를 옮겨 그루밍을 하는데,
언젠가 꽃다지밭을 산책하며 낭만고양이임을 인증했던 삼색이,
내가 ‘팬더고양이’로 이름붙인 녀석이
고양이나무로 성큼성큼 올라간다.
드디어 맨 꼭대기까지 올라간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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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끗, 미끄덩 "으아냥 고양이 살려~"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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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정복을 뽐내기라도 하듯 냐앙~ 하면서
나무 아래 고양이들을 가소롭게 굽어보는데,
1초 후
, 한쪽 발이 삐끗하는 거였다.
밑동에야 눈이 쌓일 리 없지만, 가지가 옆으로 뻗은 꼭대기에는
제법 눈이 쌓여 미끄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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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유, 간신히 살았네. 역시 나의 뛰어난 순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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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삐끗한 고양이가 다시 자세를 고쳐잡는가 싶더니
아뿔싸 이번에는 네 발이 다 미끄러져
온 몸이 출렁,
꼬리는 균형을 잡느라 옆에 선 전나무 가지의 눈을 타다탁, 털고는
간신히 거꾸로 매달렸다.
대롱대롱 거꾸로 매달려 아등바등거리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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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슬슬 내려가 볼까나아아악~ !" 쭈르르,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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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에게는 이것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자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큭큭거렸다.
한참 바둥거리던 고양이가 겨우 자리를 잡고 올라선 것까지는 좋은데,
이번에는 이 녀석 잔뜩 겁을 집어먹었는지
네 발로 꼭 가지를 잡고 있는 꼴이 ‘팬더’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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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의 상황도 잊고 장난 치는 고양이(위). 나무에서 뽀뽀하는 노랑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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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겁한 고양이, 올라갈 때와는 다르게
내려갈 때는 설설 기어서 내려가는데,
또다시 쭈르르 미끄러지는 고양이.
이런 굴욕이 없다.
나무 아래선 동그란 눈으로 아기고양이 다섯 마리도 지켜보고 있는데,
이게 웬 창피스러운 일인지,
녀석은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줄 알았는데 웬걸
비교적 안전한 장소에 도착한 녀석은
뒤늦게 나무에 오른 노랑이에게 장난까지 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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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너 다 본 거냐? 레드 썬"

방금 전까지의 위급한 상황은 이미 다 잊었다는 듯
녀석은 한참이나 장난을 치다가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럼 여기서 방금 내려온 ‘팬더고양이’의 인터뷰를 들어보도록 하자.
“정말 큰일날뻔 했는데, 괜찮은가요?”
“식겁했습니다. 눈앞이 아찔하더라구요. 하지만 나의 뛰어난 순발력으로 위기를 극복했죠.”
“제가 보기엔 딱히 순발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던데요?”
“무슨 말씀을...저나 되니까 다시 올라갔죠. 딴 고양이 같았으면 벌써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을 거예요.”
“눈이 쌓이면 위험하다는 걸 모르고 있었나봐요, ㅋㅋㅋ?”
“지금 비웃는 거예요? 우쒸, 나 인터뷰 안해...설마 이거 인터넷에 유포하는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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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 @dal_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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