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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사막 만달고비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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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1: 만달고비로 가다


만달고비 가는 길에 만난 작은 마을 '도우인 흔디'에서 식당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몽골에 가기 전에는

몽골이 지구의 끝자락처럼 아득했다.

몽골에 도착해서는

이제 고비가 몽골의 끝자락처럼 아득하다.



하늘에서 본 초원의 갈림길과 소떼들.


아시아에서 아직도

탐험이나 모험을 해야 할 곳이 있다면,

몽골이 그렇다.

더더욱 고비에 가는 것은

사실 여행보다 고행에 가깝다.



울란바토르 외곽의 어버. 이 곳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고비여행이 시작된다.


울란바토르를 벗어난 지프는

외곽의 ‘어버’(돌서낭)를 천천히 한 바퀴 돌아 멈춘다.

그렇게 차는 고비까지의 무사운행을 빈다.

바퀴로 한 바퀴 돌고 나면

두발로 또 한 바퀴를 돌며 운전수는

무사귀환을 빈다.



선돌처럼 서 있는 모미.


이제부터 일주일간 운전수는 덜컹거리는 길에

모든 것을 맡기고,

여행자는 운전수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

고비의 길은 마치 ‘비포장길의 진수를 보여주마’ 하는 표정으로

여름 햇빛 속에 맹렬하게 누워 있다.

끝도 없고, 물도 없고, 그늘도 없는 길.



초원의 양치기 부녀.


초원의 언덕을 넘어가면 곧바로 지평선이 펼쳐진다.

하늘과 맞닿은 초원.

초원을 굴러다니는 구름.

하늘과 초원 사이로 이따금 양떼가 지나가며

초원과 하늘의 간극을 간신히 떠받친다.

정지된 화면 속의 느릿느릿한 활동사진들.

캔사스의 "더스트 인더 윈드"를 중얼거려야 하는 곳. 



초원의 휴게소에서 만난 아이들. 서로 물을 나눠마시고 있다.


바퀴가 달려간 자국은 고스란히 차선이 된다.

10차선, 20차선, 갈수록 늘어나는

차선과 갈증.

아침에 출발해 점심 때가 되어서야 마을을 만난다.


비가 오는 차창을 통해 바라본 초원의 길과 지평선.


10여 채의 건물과 수백마리의 양떼들이 점령한

서걱이고, 설레이며

이따금 모래폭풍이 집어삼키는 마을.

여기서 밥 먹지 않으면 저녁까지 굶고 마는

정확히 끼니에 맞춰 짜잔, 하고 나타난 마을.


소나기 구름이 뒤덮은 고비의 하늘.


몽골에서는 모든 것이 기적에 가깝고,

모든 것이 신비에 가깝다.

고비여행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작은 것도 크게 부풀린다.

없는 사실도 만들어낸다.

점심 먹고 다시 출발,

언제 다시 마을을 만나게 될지는 예상할 수가 없다.



비와 함께 뜬 초원의 쌍무지개.


느닷없이 먹구름이 몰려오고

소나기가 흩뿌린다.

고비에서 비를 만나면 3년이 재수좋다 했던가.

소나기는 차창을 투닥거리고

지프는 길에서 투덜거린다.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하늘.

 

하염없는 길.

느닷없이 먹구름 사이로 무지개가 뜬다.

무지개를 보며 달리는 길.

초원의 비, 초원의 무지개.

보이지 않던 쌍무지개도 초원에 뜬다.

무지개를 건너가는 양떼와

야생마 몇 마리.

너무나 비현실적인 풍경.



언덕에서 야생파를 뜯고 있는 야생마 무리.


덜컹거리며 차는

인기척이 없는 사막의 마을을 건넌다.

모래폭풍이 한바탕 마을을 덮쳤다가

모래언덕으로 사라진다. 

길가에는 내내 파꽃무리가 일렁인다.   


고비로 가는 길은 야생파밭의 연속이다.


가도가도 야생파밭의 연속.

운전수는 잠시 쉬는 틈에 야생파를 뽑아와

맛을 보여준다.

입안에 가득 퍼지는 파냄새.

뿌리지도 않은 파가 고비에는 가득하다.


고비여행에서 만난 사막의 유목민들.


더러 초원에서 말탄 무리를 만난다.

일가족이거나 일가족이 아니어도 상관없는

그들은 저쪽 끝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나타났다간

말발굽 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그들은 마치 신기루처럼 내앞에 왔다가

순식간에 내앞에서 사라진다.

느닷없는 칭기즈칸의 환영. 



고비의 모래땅에서 흔하게 만나는 도마뱀.


모래땅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따금 파꽃을 헤치고 움직이는 녀석들도 보인다.

고비의 도마뱀들이다.

공룡의 후손으로 녀석들은 여전히 고비를 지키며 살고 있다.

녀석들에게는 고비가 지상의 낙원이고,

행복한 파라다이스다.



사막의 도시, 만달고비의 아이들.


하루종일 달려서 덜컹거리는 지프는

만달고비에 도착한다.

“만달고비는 고비의 만달라

비로소 사막이 열리고, 적막이 펼쳐지는 곳”

(이용한, <만달고비>, 창작과비평 2007 봄호 중에서)

만달고비는 모래의 국경.

길이 다한 것들이 모래로 돌아가는 곳.



만달고비의 비현실적인 저녁 풍경.


모래가 서걱이는 호텔방에 여장을 풀고 나는

모래언덕에 뜨는 초승달을

하염없이 본다.

한번 더 모래폭풍이 만달고비를 뒤덮고

모래의 一家가 되지 못한 것들은

밤새 은하로 흘러간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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