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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3.19 고양이가 물에 빠졌을 때 39
고양이가 물에 빠졌을 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고, 고양이도 점프에서 실수할 때가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도 점프에서 가끔 실수하는 것처럼
점프의 달인 고양이도 종종 실수를 한다.
이를테면 개울 이쪽에서 저쪽으로 점프를 하다가 물에 빠지는 고양이도 있다.
혹은 개울 한가운데 징검다리를 딛고 개울을 건넌다는 것이
철푸덕 하고 물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아니 물에 빠진 게 아니고...사진 좀 찍으라고 내가 물보라 좀 일으켜 준 거지..."
봉달이가 그 주인공 되시겠다.
어제 블로그에 올린 <날아라 고양이>는 개울을 영역으로 삼은 봉달이가
'하천 점프'를 즐기는 100일간의 이야기였다.
지난 12월 초부터 3월 중순까지 약 100여 일 동안 공을 들인 '야심찬‘ 프로젝트였고,
지금까지 촬영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포스팅이기도 했다.
뭐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어쨌든 오늘은 물에 빠진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다.
"자 이렇게 우아하게 징검돌까지 점프를 해서.... 에고고 왜 뒷발이 이렇게 차갑냐...?"
3개월 넘게 개울을 뛰어넘는 봉달이를 관찰해본 결과
녀석의 점프가 언제나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어떤 날은 점프를 하다가 모래바닥이 푹 꺼지는 바람에 1미터도 뛰지 못해
풍덩 물에 빠질 때도 있었고,
개울 중간에 징검다리를 딛고 점프를 한다는 것이
징검돌이 불안하게 움직이면서 철푸덕 하고 개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적도 있다.
"고양이도 점프에서 실수할 때가 있다는 걸 보여준 거예요...뭐.."
가끔은 그런 녀석을 몰래 훔쳐보기도 했지만,
더러는 바로 앞에서 적나라하게 녀석이 실수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내가 보는 앞에서 물에 빠질 때의 봉달이 표정은
정말 현장을 동영상으로 못보여주는 게 안타까울 정도로
폭소를 자아내는 장면이 한둘이 아니었다.
한번은 녀석이 징검돌을 잘못 밟아 삐걱 하고 중심을 잃으며 개울에 넘어졌는데,
내가 소리내어 큭큭큭 웃자
창피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개울 밖으로 나가 도망을 친 적도 있다.
"아이 차라리 그냥 물속을 걸어가자...점프는 무슨..."
내가 몰래 훔쳐볼 때도
녀석은 물에 빠진 후 나올 생각보다 먼저 주변을 둘러보며 누가 보지 않았나부터 살피곤 했다.
여름도 아니고 겨울에 고양이가 물에 빠졌다고 생각해 보라.
물을 싫어하는 것은 둘째 치고
뼛속까지 스미는 그 추위가 얼마나 고통스러울 것인가.
물에 젖은 털이 곧바로 얼어붙을 정도의 추운 날씨였던 날에도
녀석은 물에 빠져 허우적댄 적이 있다.
그날 녀석은 곧바로 모래밭으로 나오더니 사정없이 발을 털어댔다.
그러고는 배와 가슴, 옆구리털에 묻은 물기를 혀로 한참이나 핥아댔다.
혀로 핥을 때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음은 물론이다.
"물에 빠진 게 아니고...수영을 좀 하느라고...겨울에도 날씨가 참 덥드라고...왜케 식은땀이 나냐..."
그런데 이 녀석 이렇게 가끔씩 물에 빠지는 실수를 저지름에도
기어이 개울을 건너뛰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이지만,
사냥 본능이 첫 번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울의 갈대숲에는 들쥐도 많고, 이따금 물가에는 도요새와 오리, 물새류들이 날아들곤 한다.
두 번째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영역탐사이다.
고양이는 종종 자기 영역을 돌아보며 영역 확인을 하곤 하는데,
녀석의 영역이 개울이다보니 저렇게 개울을 건너뛰곤 하는 것일 게다.
"으...차가워! 아놔... 내가 원래 카리스마 있고...신중한 캐릭터이건만... 아닌가?"
그리고 이건 나 혼자 상상한 것이지만,
봉달이는 혹시 개울에서의 점프를 놀이로 생각하거나
어느 정도의 과시욕이 있는 건 아닐까 의심스럽다.
고양이를 키우다보면 무리 중에 꼭 한 마리 정도는 모험심이 투철해
가장 먼저 높은 곳, 위험한 곳을 선점하고 과시하는 경우가 있다.
봉달이 녀석이 어쩌면 나에게 보란듯이 ‘너는 이렇게 점프 못하지?’ 하고
과시하는 건 아닐런지.
"일단 젖은 몸은 말리고... 어이 거기 추묘 양반 수건같은 건 없수?"
그나저나 봉달이 녀석, 저렇게 가끔씩 물에 빠지고 나면
개울을 건너뛸 생각도 없어질 것만 같은데
이 녀석 아랑곳없이 하천 점프를 즐겨온 것을 보면
다른 고양이와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같다.
그 무언가가 무언지는 잘 모르겠지만.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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