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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5.10 냥벽이 시골판 (16)
시골판 냥벽이
개벽이 아닌 냥벽이다.
그것도 시골판 냥벽이다.
개울가 제방이자 도로벽 구실을 하는 이곳의 시멘트 벽은
높이가 약 6미터 정도.
개울에서 보자면 내 눈높이 정도에
배수구가 뚫려 있다.
주로 대모네 식구가 이용하는 배수구다.
이 배수구에 머리를 내밀고 개울쪽 바깥을 살피는
꼬미, 재미, 소미를 보고 있자면
개벽이가 아닌 냥벽이가 생각난다.
녀석들의 이동통로인 이 배수구는
길고양이 해방구라 할 수 있는 개울과
치열한 삶의 현장인 인간의 마을을 잇는 통로이다.
일종의 현실도피용 피난처인 셈이다.
봄이 되면서 대모네 식구들은
이 배수구에서 날마다 냥벽이가 되곤 한다.
어두운 배수구 밖은 이제 개나리가 지고
벚꽃이 지고, 살구꽃이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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