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삿포로'에 해당되는 글 1건
- 2011.01.25 삿포로 폭설 속을 걷는 소녀들 6
삿포로 눈 속의 사람들
가는 날부터 눈이 내려
오는 날까지 줄곧 눈이 내렸다.
여행가로 산지 15년째,
여전히 나는 눈이 오면 습관처럼 카메라를 찾는다.
오래전 눈 때문에 도마령에 갇히고
상촌 굴다리에서 미끄러져 죽을 뻔하고도
나는 여적지 눈이 오면 싱숭생숭해지고
무작정 눈 내리는 곳을 걷고 싶어진다.
눈이 오는 게 일상이라는
눈이 오지 않는 게 되레 이상하다는 삿포로에서도
나는 눈이 와서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갔다.
삿포로역에서 다누키코지도리와 스스키노까지 걸으며 눈을 맞았다.
나처럼 눈 속을 걷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순전히 눈 때문에 약간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눈이 많이 내릴수록 더 비현실적인 그림이 되었다.
그 비현실적인 매력 때문에
나는 눈 속의 사람들을 희미하게 바라보았고,
눈 속에 번지는 멜랑콜리를 받아적었다.
김이 피어오르는 교자집 앞을 지나는 여행자의 설렘과
수염이 텁수룩한 어느 보헤미안의 무기력함과
그저 인생이 즐거워보이는 소녀들의 명랑함과
아이 셋에 짐이 한 보따리인 어느 엄마의 심란한 기다림이
눈과 함께 버무려진 풍경들.
저녁에는 카메라를 버리고 따뜻한 사케 한잔에 몸을 녹인 뒤,
다시 눈 오는 거리로 나가도 좋겠다.
* 트위터:: @dal_lee
'세계여행: Jump i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기탄잘리, 시집이 아닌 실제 존재하는 마을 (5) | 2012.08.20 |
|---|---|
| 홋카이도 2m가 넘는 고드름 (3) | 2011.02.13 |
| 삿포로 가는 하늘길에서 (3) | 2011.02.09 |
| 귀여운 고양이 오르골 모음 (13) | 2011.02.08 |
| 삿포로, 뒷모습이 아름다운 (3) | 2011.01.28 |
| 밴쿠버의 축복, 스탠리 파크 (10) | 2010.02.27 |
| 밴쿠버, 북미의 하와이 (8) | 2010.02.17 |
| 사람이 아름다운 풍경들 (7) | 2009.09.19 |
| 올해 최고의 여행지 1위, 안트베르펜 (18) | 2009.09.17 |
|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의사가 함께 찍은 사진 (2) | 2009.08.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