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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고양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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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고양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어느덧 내가 길고양이에 관심을 두고
녀석들의 묘생을 들여다본 지 벌써 1년이 되어 갑니다.

지난 해 12월 초 희봉이와 깜냥이, 추냥이 등과
그의 어미냥이었던 랑이와 인연이 되어
가끔씩 먹이를 주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이
어느 순간부터 온동네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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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집앞에서 마지막으로 찍은 희봉이 사진. 녀석은 6월에 이곳을 떠났다. 아무런 인사도 없이... 5월 말쯤인가 집앞에 쥐 한마리가 놓여 있었는데, 아무래도 희봉이가 갖다 준 선물로 보인다. 그때는 그것을 그냥 텃밭에 던져버렸었다.

물론 블로그에 올린 <길고양이 보고서>의 초기 주인공은
단연 희봉이와 깜냥이었습니다.
둘을 등장시킨 포스팅만 해도 거의 30여 편에 이르는군요.
그런데 최근 <길고양이 보고서>를 즐겨 보아왔던 블로거와 네티즌들이
희봉이와 깜냥이 소식을 줄기차게 물어오고 있습니다.
대답을 하자면 둘 다 영역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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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오랜만에 다시 찍은 깜냥이 사진. 여름이 지나 영역을 떠나면서 먹는 것이 부실해 몸과 얼굴이 부었고, 새끼도 배었다.

블로그에 자주 등장했던 주황색 동냥이가 가장 먼저
5월 말쯤 영역을 떠났고,
이어 6월에 절름발이 동생을 입양으로 떠나보낸 모냥이가
새끼를 배어 역시 영역을 떠났습니다.
같은 시기에 희봉이도 영역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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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쯤 마지막으로 찍은 모냥이 사진. 떠나기 직전 희봉이와 로맨스를 나눴고, 함께 영역을 옮겨 신접살림을 차린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3마리의 고양이가 같은 시기에 영역을 떠난 것입니다.
모냥이를 돌봐 온 치킨집 청년에 따르면,
모냥이가 떠나기 직전까지 희봉이와 로맨스를 즐겼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둘은 새로운 영역에서 신접살림을 차린 것으로 여겨집니다.
물론 다른 추정도 가능합니다.
누군가의 신고에 의해 고양이보호협회 등에서
녀석들을 데려가 안락사시켰을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냥 녀석들이 영역을 떠난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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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가끔 감초처럼 등장했던 동냥이도 지난 5월 말 영역을 떠났다.

희봉이와 남매였던 깜냥이는 희봉이가 떠난 뒤,
여름까지 혼자서 둥지를 지키며 집앞을 찾아왔으나
가을쯤 동네의 폭군냥 ‘눈두덩주황이’에게 영역을 빼앗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폭군냥이 집앞의 차밑에서 깜냥이에게 해코지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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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이는 깜냥이가 살던 둥지에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아 키우고 있는 중이다.

영역을 빼앗긴 깜냥이는 우리 집에서 100여 미터는 떨어진 교회 인근을 떠돌다가
최근에는 다시 집 근처 치킨집 인근을 영역으로 삼은 듯합니다.
최근 몇 달간 한달에 한두 번 얼굴 보기 힘들더니
요새는 그래도 가끔씩 폭군냥 눈치를 보며 집앞을 찾아옵니다.
어제도 잠깐 대면을 했는데,
그동안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며 살았는지
깜냥이는 몰라보게 몸과 얼굴이 부어 있습니다.
새끼도 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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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냥이도 최근에 영역을 뒷산으로 옮겼고, 거기서 새끼도 낳았다.

깜냥이와 희봉이 남매와 함께 늘 집앞을 찾던 턱시도 점냥이도
최근에 영역을 뒷산 중턱으로 옮겼습니다.
거기서 새끼를 낳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요즘도 하루에 한번 정도는 집앞을 찾아옵니다.
과거 희봉이와 깜냥이가 살던 둥지에는 이제 외출이가 삽니다.
폭군냥 주황이가 깜냥이에게 영역을 빼앗았지만,
길고양이 출신이 아닌 외출이는 아무렇지 않게
폭군냥이 점령한 영역의 깜냥이 둥지에 눌러앉았고,
폭군냥 또한 최근에는 그것을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사실 외출이는 그 둥지에서 새끼를 낳았거든요.
길고양이 세계에서는 새끼를 낳은 어미냥이 다른 모든 서열 높은 고양이보다
서열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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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봉이와 깜냥이의 어미이자 지난 4월 주황색 아기냥을 낳았던 랑이는 5월 말쯤 집앞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했다. 어미를 잃은 주황색 아기냥도 얼마 뒤 숨졌다.

집앞의 텃밭 구석에 4월쯤 주황색 새끼를 낳았던 랑이는
5월 말쯤 집앞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했습니다.
랑이는 희봉이와 깜냥이를 낳은 어미냥이기도 했지만,
끝내 로드킬로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미냥이 로드킬을 당하자 홀로 남은 아기냥 주황이는 배를 곯다가 역시 죽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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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집앞을 찾아오는 녀석에게 꼬박꼬박 먹이를 주며 돌봐왔던 꼭잡이도 지난 9월 말 로드킬을 당했다.

여름에 집앞을 찾아오기 시작해 정이 들었던
꼭잡이 또한 9월 말쯤 로드킬을 당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녀석은 겨우 이 세상을 3개월쯤 살다 갔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녀석들이 내게로 온 것처럼
어느날 갑자기 녀석들은 다른 곳으로 떠났습니다.
녀석들이 떠난 자리에는 새로운 녀석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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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희봉이와 깜냥이의 둥지 앞에서 찍은 눈밭 위의 고양이 발자국. 나에게로 왔던 그 많은 고양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과거 희봉이와 깜냥이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컨테이버 박스는 이제
그냥이 여섯 가족이 물려받았고,
희봉이와 깜냥이의 역할은 얌이와 멍이가 대신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공원 옆에서 나는
또다른 여섯 마리의 주황이 가족도 만났습니다.
블로그에는 한번도 소개한 적이 없지만,
이 여섯 마리 주황이 가족은 요즘 내가 가장 친하게 지내는 녀석들이기도 합니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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