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라인 운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3.05 알베르 운하를 가다 12

알베르 운하를 가다

|

알베르 운하를 가다-<작가들, 운하를 말하다>
 


** ‘한국작가회의’, 현실주의 작가네트워크인 ‘리얼리스트 100’, 문화연대는 한반도 운하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한반도 운하를 반대하는 시와 산문을 약 6개 언론사에 <작가들, 운하를 말하다>라는 꼭지로 기획연재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2008. 3. 3일)을 비롯해 프레시안, 민중의 소리, 컬쳐뉴스, 민중언론 참세상 등 6개 언론사에 지난 1주일 동안 게재한 기사이며, 내용은 다소 수정, 첨가되었다. **


스헬데 강에서 알베르 운하까지 유람선이 운행한다.


알베르 운하의 출발점, 안트베르펜


벨기에의 안트베르펜(Antwerpen)은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로,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독일 함부르크와 더불어 유럽의 가장 큰 항구도시로 손꼽힌다. 안트베르펜을 비껴 흐르는 스헬데(Schelde)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대한 미로처럼 구획된 도크(Dok)와 물류시설을 만날 수 있다. 안트베르펜 북쪽에서부터 네덜란드 국경지대까지 길고 드넓게 펼쳐진 이 곳의 도크와 운하를 지나칠 때면 수백 톤 이상의 화물선을 가끔 볼 수가 있고, 스헬데 인근 운하와 내륙의 수로를 오가는 유람선도 이따금 만나게 된다.


멀리 보이는 정유공장 굴뚝에서는 주황색 불길이 하늘로 치솟아오르고, 알베르(Albert) 운하를 따라 즐비하게 자리한 다목적 크레인은 중간중간 화물선에 짐을 부리고 있다. 곳곳에 자리한 컨테이너 터미널은 생각보다 한산하고, 짐을 실어나르는 화물차도 그리 많지 않다. 벨기에는 네덜란드와 영국, 독일과 더불어 유럽의 4대 물류중심국으로 통한다. 과거에는 ARA라 하여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안트베르펜 등 3개 도시를 유럽의 물류핵심도시로 손꼽았다. 안트베르펜의 번영은 16세기로 거슬러올라간다. 15세기부터 모직물 거래와 무역으로 성장한 안트베르펜은 16세기 들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무역항 노릇을 대신하며 유럽 제일의 무역항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알베르 운하가 시작되는 안트베르펜 항만에 들어선 대형 크레인들과 정유공장.


당시 경제의 호황과 금융업의 성황으로 유럽 최초의 주식거래소도 안트베르펜에 생겨났다. 16세기 말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전쟁으로 안트베르펜은 한동안 쇠락의 길로 접어들지만, 1863년 네덜란드로부터 스헬데 강의 통행권을 사들임으로써 다시금 옛 지위를 되찾았다. 이후에도 제1, 2차 세계대전을 차례로 겪으며 피해를 보았으나, 세계적인 무역항으로의 지위는 그런대로 유지하고 있다. 사실 안트베르펜이 이처럼 성장한 데에는 과거 다이아몬드 가공업과 레이스 편물업이 한몫을 했고, 이후에는 기계, 금속, 정유, 화학, 자동차공업이 안트베르펜을 신흥 산업도시로 만들어놓았다.


벨기에 운하 사용률 13%


바로 이곳의 산업단지와 항만시설이 안트베르펜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셈이다. 안트베르펜의 항만시설은 거대한 도크와 갑문, 컨네이너 전용부두와 다목적 크레인, 야적장 등의 시설로 되어 있는데, 스헬데 연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항행하는 화물선은 반드시 물때에 맞춰 입출항을 해야만 하는 불편이 뒤따른다. 또한 대형 유조선이 기항할 정도로 수심이 깊지 않은 편이어서 전적으로 원유의 수송은 로테르담항에서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들여오는 실정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세계적인 무역항’으로서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화물선이 로테르담항 쪽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알베르 운하의 다리는 선박 통과 높이 6.6m.


안트베르펜은 벨기에의 운하와 수로의 출발점이나 다름없다. 벨기에 내륙을 연결하는 수로는 약 1760km(인공수로 896km)에 이르며, 도로와 철도가 활성화되기까지는 중요한 물류통로와 교통로 역할을 담당했다. 벨기에의 여러 수로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알베르 운하이다. 1939년에 완전 개통한 이 운하의 길이는 130km에 이르며, 안트베르펜 항만과 벨기에 최대의 공업지역인 리에주를 직접 연결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의 모델로 삼았다는 라인 마인 도나우 운하(1992년 완공)와도 연결되어 있다. 벨기에 운하 수송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알베르 운하는 모두 6개의 갑문을 갖추고 있으며, 2000톤급 화물선이 오르내릴 정도로 규모가 상당하다. 그러나 도로와 철도를 포함한 벨기에 전체 수송량에서 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는 13%(운하 반대론자 주장), 많게는 17%(운하 찬성론자 주장)에 불과하다. 그래도 벨기에는 유럽에서 네덜란드 다음으로 운하 사용률이 높은 편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운하는 이제 더 이상 경제성이 없는, 물류통로의 기능을 상실한 수로가 된지 오래이다.



화물선에 짐을 부리고 있는 대형 크레인.


보통 안트베르펜에서 석유나 철광석을 싣고 리에주로 간 화물선은 올 때 금속과 유리, 석탄을 싣고 돌아온다. 그러니까 리에주라는 광공업도시가 있었기에 그나마 벨기에에서 알베르 운하의 물동량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본래 알베르 운하가 들어선 배경은 이렇다. 이곳의 뫼즈 강은 리에주에서 강줄기가 네덜란드 땅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벨기에로 꺾어지는데, 그 물길을 벨기에 영내로 돌리기 위해 운하를 건설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운하 찬성론자들이 툭하면 알베르 운하를 예로 들어 운하의 경제성을 이야기하는데, 애당초 이 운하는 경제성과 물동량을 염두에 두고 건설된 것이 아니다. 건설 과정에서 리에주와 연결이 되었고, 그것이 수송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모래와 시멘트를 실어나르는 알베르 운하의 바지선.


길이 77km에 이르는 브뤼셀-샤를루아 운하도 벨기에 내륙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중요한 운하이다. 1832년 착공되었으며, 처음에는 70~300톤급 선박만 다녔으나, 20세기 들어 1300여 톤급 화물선까지 다니는 대형 운하로 발전하였다. 현재 이곳을 통행하는 화물은 50% 이상이 산업용 석탄이다. 첨단제품이나 다른 공업제품은 수송 시간이 느린 운하 대신 도로나 철도를 이용하는 실정이다. 그게 더 경제적이라는 사실은 벨기에의 아이들도 다 아는 바이다.


유럽의 운하, 경쟁력 없다


유럽에서 운하의 이용률이 가장 높은 곳은 네덜란드와 독일, 벨기에이며, 프랑스의 라인론 운하, 영국의 리즈리버풀 운하, 스웨덴의 에타 운하 등은 그 이용률이 엄청나게 줄어들어 사실상 운하로서의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운하의 이용률(29%)이 가장 높은 네덜란드(암스테르담라인 운하)는 국토의 절반이 해수면보다 낮거나 해수면과 비슷한 지형이어서 운하를 통해 내륙의 물 관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갯벌과 같은 간척지에 철도를 놓을 수가 없는 지형상의 특성이 운하를 통한 물류 수송의 발달을 가져올 수밖에 없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나라에서조차 최근에는 지반이 튼튼한 내륙의 철도를 간척지까지 연장하려는 증설이 계속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운하를 통한 물류 수송으로는 다른 나라와의 속도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운하 찬성론자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하는 독일에서조차 운하(라인 마인 도나우, RMD-171km, 건설기간 32년, 운하 건설로 주변 습지 대부분 파괴, 경부운하 건설될 경우 530여 km, 이것을 4년만에 건설한다고?) 이용률은 13%(운하 반대론자 주장)~15%(운하 찬성론자 주장)에 불과하다.



헨트 인근 수로의 개폐식 다리. 이곳의 수로는 운하의 물길과 연결된다.


독일의 모든 물동량을 이용률로 보았을 때, 도로와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운하 찬성론자의 주장대로 하더라도 83%나 된다. 운하를 통한 화물선의 수송과 철도나 자동차로의 수송 중 시간상으로, 또 경제적으로 어떤 게 더 효율적인가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운하가 더 효율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한복판인 미국에서조차 운하는 이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마당에 그 사양산업의 막차를 타겠다는 이유가 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만일 이명박 정부의 건설 본능이 5천년이나 유구하게 이어온 한반도의 핏줄과 대동맥을 끊어내고 제멋대로 흠집과 상채기를 내서 한반도를 복구 불능으로 만든다면, 그것이야말로 5천년 역사의 가장 큰 죄업으로 남을 것이다. 지금 운하 찬성론자의 눈에는 우리나라 전 국토가 시멘트로 싸발라야 할 개발구역으로만 보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청계천에 시멘트 옹벽을 치듯 이땅의 젖줄과 핏줄에 칼을 대고 깁스하듯 시멘트를 쳐바르면 다 되는줄 안다. 그들은 이 땅이 곤죽이 되든 말든 관심도 없다. 이것이 얼마나 유치한 남근적 사고방식(이 세계를 시멘트로 버무려 딱딱하게 만들겠다는)이며, 반지구적인 악행인지 그들은 모르고 있다. 그들은 그것이 더 잘 사는 방법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망가지고 상처 입은 땅에서 과연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 스크랩하기:: http://blog.daum.net/binkond

And
prev | 1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