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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2.18 "지구의 소리를 들어라!" 7
"지구의 소리를 들어라!"
"맛있는 알타이의 푸른 바람"
알타이를 노래한 몽골의 시 한 구절이다.
몽골인들은 바람에도 색깔이 있다고 말한다.
가령 고비의 모래바람은 ‘하얀 바람’이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은 알타이 또한 사막이나 다름없는 모래벌판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데,
사람들은 "알타이의 푸른 바람"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다분히 알타이 산맥에서 비롯된 것이다.
산자락의 초원이 푸르고, 하늘이 푸르니 바람도 푸른 것이다.
고원의 빙하수 하천 너머로 보이는 알타이 산맥의 보르항 보다이 만년설산.
알타이에서의 둘째 날, 보르항 보다이로 간다.
보르항 보다이는 알타이 산맥을 이루는 만년설산의 하나로
시내에서 차로 가자면 3시간 정도가 걸린다.
"보르항 보다이"에서 '보다이'는 붓다, 즉 부처를 뜻한다.
그러므로 보르항 보다이는 '붓다산'이 된다.
보르항 보다이에서 만난 양치기와 운전수와 비지아 교수의 한가로운 휴식.
알타이 시내를 벗어난 델리카는 제법 험한 산과 구릉을 몇 차례 넘어
갑자기 펼쳐진 산중의 평야지대를 달려간다.
지평선이 보이는 허허벌판.
이따금 눈앞에서는 엄청난 자연현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곤 한다.
수십 미터 높이로 치솟은 모래기둥이다.
보르항 보다이 만년설산 전경(위)과 만년설산의 주봉(아래).
계곡의 회오리바람이 만들어내는 모래기둥은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순간의 자연현상이지만,
몽골에서는 아주 흔하게 만나는 풍경이다.
그러나 그것을 찍으려 할 때마다 감쪽같이 사라지는 바람에
그것을 사진에 담지는 못했다.
구릉과 초원의 연속.
보르항 보다이 가는 길은 협곡과 초원과 언덕을 번갈아 건너는
롤러코스트 같은 길이다.
만년설산이 가까워질수록 초원에 보이는 소떼는 야크떼로,
말은 낙타로 바뀌어간다.
몽골 유목민의 삶은 이 높고 깊숙한 곳까지 이어져
만년설산이 보이는 언덕과 구릉에도 드문드문 게르 몇 채가 보인다.
도대체 사람이 살것 같지 않은 곳에도 사람은 살고 있었다.
길안내를 맡았던 비지아 교수와 운전기사가 붓다산 구릉에 누워 '지구의 소리'를 듣고 있다.
사회주의 시절 알타이의 한 유명한 시인은
"나 죽으면 내 뼛가루를 보르항 보다이에 뿌려달라"는 시를 썼는데,
이것이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것으로 오해받아 감옥에 끌려갔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문제를 삼으면 무엇이든 문제가 되던 시절이었다.
드디어 해발 3705m의 보르항 보다이 설봉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 아랫자락에서는 수백 마리의 양떼가 초원을 이동한다.
멀리서 양과 염소를 몰던 양치기는 난데없이 설산 아래 차와 사람이 나타나자
순식간에 말을 타고 달려왔다.
만년설산 앞 구릉에서 만난 낙타떼. 녀석들에게는 빙하수가 생명수나 다름없다.
비지아 교수와 운전기사가 양치기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날씨가 쌀쌀해
나는 교수님이 지피고 간 마른 야크똥 불길에 손을 쬔다.
야크똥은 금세 불이 붙는데다 화력 또한 좋았다.
양치기가 돌아가고, 우리 일행은 만년설산이 보이는 언덕에 제멋대로 눕고 앉아서
제멋대로 휴식을 취한다.
오토바이를 탄 유목민(아래)과 그들에게 만년설산 가는 길을 묻고 있는 비지아 교수(위).
누워 있던 비지아 교수가 갑자기 한마디 한다.
"가만 눈을 감고,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어보라!"
내 귓가에는 돌풍으로 변한 알타이의 바람소리만 윙윙거렸다.
이따금 붓다산 언덕을 넘어가는 수백 마리 양떼의 발자국 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지금도 그것이 지구의 소리라 믿고 있다.
바람소리 같기도 하고, 양떼의 발자국 소리 같기도 한...
알타이 산맥 보르항 보다이 만년설산에서 만난 양치기.
알타이로 돌아가는 길에는 중간에 먹을 데가 없어 빙하수가 흘러내리는 개울가에 차를 세우고
물을 끓여 컵라면으로 점심을 떼웠다.
컵라면을 먹는 동안 낙타떼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십여 마리 넘게 개울로 모여들어 차디찬 빙하수를 마시고 있다.
불과 40여 미터 위에 녀석들은 자리를 차지하고,
우리가 떠날 때까지 오랜 시간 물을 마셨다.
만년설산 가는 길목의 언덕 위에서 바라본 알타이 시가지 풍경.
사실 알타이 산맥의 무수한 만년설산은 최근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비지아 교수에 따르면, 최근 8년간 알타이 산맥의 여러 만년설산은
지난 30여 년간 녹은 빙하의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이 녹아내렸다고 한다.
우리는 지구로부터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물려받았다.
지구는 인간에게 평화로운 삶의 터전을 주었지만,
때때로 그것은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파멸시켜왔다.
인간이 자연의 도발을 멈추지 않는한, 지구의 역습이 점점 거칠고 강해질 것임은 자명하다.
* 맛있는 알타이의 푸른바람:: http://gurum.tistory.com/
알타이에서의 둘째 날, 보르항 보다이로 간다.
보르항 보다이는 알타이 산맥을 이루는 만년설산의 하나로
시내에서 차로 가자면 3시간 정도가 걸린다.
"보르항 보다이"에서 '보다이'는 붓다, 즉 부처를 뜻한다.
그러므로 보르항 보다이는 '붓다산'이 된다.
보르항 보다이에서 만난 양치기와 운전수와 비지아 교수의 한가로운 휴식.
갑자기 펼쳐진 산중의 평야지대를 달려간다.
지평선이 보이는 허허벌판.
이따금 눈앞에서는 엄청난 자연현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곤 한다.
수십 미터 높이로 치솟은 모래기둥이다.
보르항 보다이 만년설산 전경(위)과 만년설산의 주봉(아래).
순간의 자연현상이지만,
몽골에서는 아주 흔하게 만나는 풍경이다.
그러나 그것을 찍으려 할 때마다 감쪽같이 사라지는 바람에
그것을 사진에 담지는 못했다.
구릉과 초원의 연속.
보르항 보다이 가는 길은 협곡과 초원과 언덕을 번갈아 건너는
롤러코스트 같은 길이다.
만년설산이 가까워질수록 초원에 보이는 소떼는 야크떼로,
말은 낙타로 바뀌어간다.
몽골 유목민의 삶은 이 높고 깊숙한 곳까지 이어져
만년설산이 보이는 언덕과 구릉에도 드문드문 게르 몇 채가 보인다.
도대체 사람이 살것 같지 않은 곳에도 사람은 살고 있었다.
길안내를 맡았던 비지아 교수와 운전기사가 붓다산 구릉에 누워 '지구의 소리'를 듣고 있다.
"나 죽으면 내 뼛가루를 보르항 보다이에 뿌려달라"는 시를 썼는데,
이것이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것으로 오해받아 감옥에 끌려갔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문제를 삼으면 무엇이든 문제가 되던 시절이었다.
드디어 해발 3705m의 보르항 보다이 설봉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 아랫자락에서는 수백 마리의 양떼가 초원을 이동한다.
멀리서 양과 염소를 몰던 양치기는 난데없이 설산 아래 차와 사람이 나타나자
순식간에 말을 타고 달려왔다.
만년설산 앞 구릉에서 만난 낙타떼. 녀석들에게는 빙하수가 생명수나 다름없다.
나는 교수님이 지피고 간 마른 야크똥 불길에 손을 쬔다.
야크똥은 금세 불이 붙는데다 화력 또한 좋았다.
양치기가 돌아가고, 우리 일행은 만년설산이 보이는 언덕에 제멋대로 눕고 앉아서
제멋대로 휴식을 취한다.
오토바이를 탄 유목민(아래)과 그들에게 만년설산 가는 길을 묻고 있는 비지아 교수(위).
"가만 눈을 감고,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어보라!"
내 귓가에는 돌풍으로 변한 알타이의 바람소리만 윙윙거렸다.
이따금 붓다산 언덕을 넘어가는 수백 마리 양떼의 발자국 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지금도 그것이 지구의 소리라 믿고 있다.
바람소리 같기도 하고, 양떼의 발자국 소리 같기도 한...
알타이 산맥 보르항 보다이 만년설산에서 만난 양치기.
알타이로 돌아가는 길에는 중간에 먹을 데가 없어 빙하수가 흘러내리는 개울가에 차를 세우고
물을 끓여 컵라면으로 점심을 떼웠다.
컵라면을 먹는 동안 낙타떼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십여 마리 넘게 개울로 모여들어 차디찬 빙하수를 마시고 있다.
불과 40여 미터 위에 녀석들은 자리를 차지하고,
우리가 떠날 때까지 오랜 시간 물을 마셨다.
만년설산 가는 길목의 언덕 위에서 바라본 알타이 시가지 풍경.
사실 알타이 산맥의 무수한 만년설산은 최근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비지아 교수에 따르면, 최근 8년간 알타이 산맥의 여러 만년설산은
지난 30여 년간 녹은 빙하의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이 녹아내렸다고 한다.
우리는 지구로부터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물려받았다.
지구는 인간에게 평화로운 삶의 터전을 주었지만,
때때로 그것은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파멸시켜왔다.
인간이 자연의 도발을 멈추지 않는한, 지구의 역습이 점점 거칠고 강해질 것임은 자명하다.
* 맛있는 알타이의 푸른바람::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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