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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멋진 유목민 도시, 울리아스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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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가장 멋진 유목민 도시, 울리아스타이



몽골을 여행한 사람들에게 울리아스타이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알타이를 구경했다는 사람조차 울리아스타이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차를 타고 4일이나 달려온 항가이 산맥이 끝나는 지점에
보석처럼 들어앉은 은밀하게 빛나는 도시가 바로 울리아스타이다.
여기서 알타이까지는 차를 타고 하룻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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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크 동산에서 내려다본 게르촌의 굴곡진 담장과 자연스럽게 형성된 거리의 풍경.

만일 나에게 몽골에서 가장 멋진 도시는 어디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나는 ‘울리아스타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울란바토르는 너무 번잡하고,
고비의 도시들은 너무 삭막한데 비해
울리아스타이는 적막과 삭막 속에 평화로움과 아름다움이 깃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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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외곽을 흐르는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초원과 외로운 집 한채.

더욱이 오래된 도시의 옛빛과 새로 이주한 유목민의 게르촌이 어울려
기막힌 조화를 이루어낸다.
게르촌의 나무 담장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인 무늬와 굴곡들.
도심을 비껴흐르는 초원의 에움진 강줄기.
도심 한가운데 우뚝 솟은 소르크(불탑)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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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크 동산에 앉아 도심을 바라보는 원주민(위). 소르크 동산의 비탈진 길을 걸어 마을로 내려가는 유목민(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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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면서도 약간 슬퍼보이는 골목들과
표정없이 걷다가 이방인을 발견하고는 활짝 웃어주는 사람들.
우리가 잃어버린 ‘슬로 라이프’가 일상이 되는 곳!
오래오래 머물며 오래오래 거닐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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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게르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위). 자연스럽게 형성된 게르촌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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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아스타이는 도심 한가운데 8기의 소르크(불탑)가 있는 동산이 솟아 있고,
사방으로 주택가와 시가지가 형성돼 있다.
8기의 소르크는 이 도시에서 배출한 8명의 유명한 승려를 기리는 불탑으로,
그 중 한 승려는 공산혁명 당시 살해 위협을 받고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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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풀리기 시작한 울리아스타이 외곽을 흘러가는 강줄기(위). 강변의 초원에 양떼를 몰고 나온 유목민(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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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르크가 있는 동산은 울리아스타이 최고의 조망대 노릇도 한다.
여기서 보면 도심으로 흘러드는 두 갈래의 강줄기가 보이는데,
치키스테이 강과 복드 강이 이곳에서 만나
잡황 지역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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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동산의 8기 소르크(불탑, 위). 소르크를 향해 걸어가는 울리아스타이의 군인들. 나보고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울리아스타이에 온 한국인은 처음이라며 한참이나 악수한 손을 놓지 않으려 했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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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도시가 형성된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
몽골에서 도시의 형성은 청나라 침입과 관련이 있는데,
울란바토르와 허브뜨, 이곳 울리아스타이 등 3개 도시가
바로 청나라 만주족의 이주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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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아스타이의 번화가 풍경(위)과 번화가 주변으로 불규칙하게 뻗어나간 게르촌(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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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0년 청나라는 몽골을 식민지로 만들면서 울리아스타이에
만주족의 이주촌을 만들었다.
약 200년 넘게 만주족은 이곳에 살면서 도시를 형성했고,
1911년 몽골의 독립과 함께 만주족은 모두 중국으로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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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병원 건물에 그려진 '낙타를 탄 간호사' 벽화.

만주족이 물러나면서 이곳은 유목민의 정착지가 되었는데,
과거 만주족이 농사(밀, 감자, 야채농사)를 짓던 땅은 대부분 초원으로 변모했고,
일부는 여전히 소규모의 농지로 남아 있다.
역사적으로 이곳은 분명 식민시절의 아픈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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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아스타이 강변에서 만난 큰부리까마귀.

하지만 역사와 상관없이 울리아스타이는 나에게
몽골에서 가장 멋진 도시로 각인되어 있다.
도심을 흐르는 멋진 강과 야트막한 산자락에 자연스럽게 구획된 게르촌과
소르크 동산에서 내 발밑을 빙빙 돌던 솔개 몇 마리.
강변을 맴돌며 양의 시체를 뜯어먹던 큰부리까마귀와
게르를 나와 천연덕스럽게 오줌을 누던 유목민의 아이.
노란옷을 입은 늙은 승려가 소르크 동산의 백팔 계단을 한발한발 올라오던
아침 나절의 그 잊을 수 없는 풍경들.

* 맛있는 알타이의 푸른바람::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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