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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8.15 사라져가는 물지게 진 풍경 (3)
사라져가는 물지게 진 풍경
물지게를 진 할머니가 고추 널린 초가집 마당을 가로질러 부엌으로 향하고 있다. 먹을 물을 길어오는 것인지, 허드렛물을 길어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실로 오랜 만에 보는 풍경이다. 도초도 고란에서 만난 이 풍경은 내가 어린시절만 해도 흔하디 흔해서 눈여겨볼 것도 없는 풍경이었다. 변변한 수도가 없던 시절, 우리네 어머니와 아버지는 매일같이 우물터까지 가서 물지게로 물을 져날랐다. 당시 집안에 우물을 두는 경우도 있었지만, 거개의 집에서는 마을의 공동우물을 식수로 썼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같이 물을 길어오는 일은 워낙에 힘든 일이기도 하거니와 식구가 많을 경우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우물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이런 불편과 번거로움을 그나마 덜어준 것이 물지게였다.
하지만 수도를 놓을 수 없었던 섬마을이나 계곡물을 식수로 쓰던 산간마을에서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물지게가 쓸모 있게 사용되었다. 지금도 일부 섬 지방이나 오지마을에서 가뭄이 닥쳐 물이 나오지 않을 때는 이 물지게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물지게의 소용이란 것이 꼭 식수만을 져날랐던 것은 아니다. 농촌에서는 먹을 물은 물론이거니와 모종을 할 때나 가뭄이 들었을 때 농수용 물을 져나르기도 했으며, 오래 써서 낡은 양철 물통으로는 따로 소에게 먹일 뜨물을 나르거나 허드렛물을 나르기도 하였다. 어쨌든 세월이 흘러 찰방찰방 길바닥에 물을 흘리며 좁다란 마을의 고샅을 돌아가던 물지게 진 풍경은 어느덧 빛바랜 사진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리운 풍경이 되고 말았다.
*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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