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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라 고양이>가 나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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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라 고양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 끝에 <명랑하라 고양이>가 출간되었습니다. 사실 이달 초 책이 출간되긴 했습니다만, 인쇄 사고가 발견돼 초판 1만부 전량을 폐기해야만 했었습니다. 곧바로 다시 인쇄에 들어가 이제야 책이 나왔습니다. 지난 2009년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가 출간된 지 1년 5개월만에 시즌 2가 나온 셈입니다. <안녕고>가 도심에서 냉대받고 힘겹게 살아가는 길고양이의 희로애락을 담은 것이라면, 이번 <명랑고>는 첫 번째 책을 낸 영역을 떠나 시골에서 만난 길고양이들의 웃기고 울리는 길거리의 사생활을 담았습니다.

<안녕고>와 마찬가지로 <명랑고> 또한 따지고 보면, 길고양이가 나에게 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애당초 녀석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안녕고>도 <명랑고>도 세상에 나올 수 없었겠지요. 지난 3년 넘게 내가 길고양이에게 사료 급식을 해주었다면, 녀석들은 나에게 ‘자신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보여주었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영역을 옮긴 뒤, 나에게로 왔던 첫 번째 고양이 바람이는 언제나 뚱한 표정으로 테라스에 앉아 있거나 바람처럼 훌쩍 떠나버리곤 했지만, 나에게 세 번이나 고맙다고 새 선물을 가져다 준 녀석입니다. 결국에는 바람처럼 또 다른 곳으로 떠나긴 했지만.

 

 

그리고 봉달이와의 만남은 하루하루가 예측불허였지만, 언제나 내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한 특별한 추억이었습니다. 녀석은 고양이가 물을 싫어한다는 속설을 무시한 채 개울물을 저벅저벅 걸어오기도 했고, 그 개울을 단숨에 뛰어올라 마술같은 점프를 선보이기도 했으며, 눈밭을 헤엄치며 덩달이와 함께 눈밭 경주도 선보였습니다. 궁극의 산책고양이였던 달타냥은 그 뛰어난 미모로 블로그 데뷔와 함께 스타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길고양이 깜찍이와 목하열애 끝에 다섯 마리 아기고양이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이 달타냥 2세 이야기는 한번도 블로그에 공개한 적이 없는 것으로 <명랑고>에만 실려 있습니다. 과연 달타냥과 깜찍이 사이에서 달타냥을 꼭 닮은 크림색 아기고양이가 태어났을까요? 그 2세들은 어떻게 성장했을까요?

그 밖에도 <명랑고>에는 꽁치를 물어나르던 여울이와 어미를 잃고 고아묘가 되었던 당돌이와 순둥이, 대모를 비롯한 축사고양이들과 등에 고래무늬가 있어 고래고양이라 불리는 녀석이 속한 전원고양이 이야기 등이 실려 있습니다. 1권인 <안녕고>와 마찬가지로 <명랑고> 또한 캣대디이자 고양이 집사인 작가와 고양이에 미쳐서 무작정 고양이책 출간에 앞장서기로 한 편집자와 사무실에서조차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디자인 회사와 역시 고양이를 좋아해 고양이 그림을 그리는 캣맘 일러스트레이터가 의기투합을 하였습니다. 여기에 길고양이 보고서의 단골독자 5명이 출간에 앞서 모니터까지 해주셨습니다. 이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모두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좀더 많은 대중들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 이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나의 바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고양이 세계로 인도해 고양이에 대한 나쁜 편견을 없애는 것. 그래서 고양이와 인간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런 겁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그런 거창한 것들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길고양이의 소소한 일상과 애환과 에피소드를 담았습니다.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런저런 내력이 얽히고설킨, 더러 숨막히는 일대기를 살아온 그들만의 다큐멘터리. 이 땅에 고양이로 태어나 한평생 천대받고 살다가 고양이별로 돌아가는 고양이의 삶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지구별에 이런 고양이가 살다 갔노라고.

사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주었고,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책의 바탕이자 초안이 된 <길고양이 보고서>는 어느덧 750만(총 블로그 방문자 11,180,000 중) 안팎의 방문자가 다녀갔습니다. 맨 처음 고양이를 향해 셔터를 누를 때만 해도 내가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습니다. 방문자 모두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얼마 전 삿포로에 갔을 때 일본 최대서점인 기노쿠니야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는 고양이책이 아예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가장 부러웠던 건 3000엔이 넘는 비싼 고양이 사진집도 여러 권 나와 있는데다 그게 또 적지 않게 팔리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런 날이 올까요? 5만원짜리 고양이 사진집이 팔리는, 팔리는 것은 둘째 치고 그런 사진집을 내줄 출판사가 있기는 할까요? 있다면 몇 년 뒤에 나도 그런 사진집 한권 내고 싶긴 합니다.

<명랑하라 고양이>란 제목을 보고 어떤 분은 ‘그럼 책에 명랑한 고양이들이 가득하겠네요’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명랑하라’는 말은 기원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명랑했으면 좋겠다, 뭐 이런. 명랑하지 못하니까, 명랑하기를 바라는. 바람아! 봉달아! 여울아! 까뮈야! 보고 있니? 너희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단다. 이 책이 사라지지 않는 한 너희들은 이 책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는 거야! 부디 이 땅의 모든 길고양이가 우리와 평화롭게 공존하는 날이 오기를... 그래서 <명랑하라 고양이>가 아니라 ‘명랑한 고양이’라고 쓰는 그런 날이 올 수 있기를...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 트위터:: @dal_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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