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연어혹은우기의여인숙

자동차에 벚꽃이 피다_환상적인 벚꽃 튜닝(?) 자동차

검은색 자동차 앞 범퍼가 땅에 떨어진 벚꽃을 멋지게 반영하고 있다. 마치 벚꽃잎으로 튜닝한 자동차처럼.

자동차에 벚꽃이 피었다.
나는 오늘 자동차에 핀 벚꽃을 구경하느라 두어 시간을 벚꽃 그늘에서 놀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라고 물음표를 단다면
한번 벚꽃 그늘로 가 보라.

각도에 따라 자동차 앞 범퍼가 반영하는 벚꽃의 무늬와 모양은 일그러지고 번지면서 다양한 그림을 연출해낸다.

만일 그 아래 검은색이나 짙은 빛깔로 도색된 자동차를 세워두었다면,
당신은 자동차에 활짝 핀 벚꽃을 구경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이건 실제 모습이 아닌 자동차에 비친 반영일 뿐이지만,
실제 모습보다 반영의 풍경이 더 멋져보인다.

옆에서 본 자동차. 옆에 서 있는 벚꽃나무와 땅에 떨어진 벚꽃이 온통 차안으로 들어와 있다.

왜냐하면, 반영은 실제의 모습을 왜곡하거나 변형시키게 마련이다.
그것은 때로 회화적인 느낌을 주거나
일상적으로 찍는 사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화면’을 제공한다.

자동차 보닛에 비친 벚꽃과 꽃비처럼 날려 떨어진 벚꽃잎. 수면의 반영을 보는 듯하다.

실제의 빛깔 또한 자동차 속에서는 혼탁해지고 번지게 된다.
그러나 이 ‘혼탁함과 번짐’은 일상에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자동차 지붕에 비친 벚꽃나무(위)와 보닛에 비친 여러 그루의 벚꽃나무(아래).

더구나 왜곡되거나 변형된 사물과 탁하고 번진 색깔이
자동차 속에서 서로 뭉개지고 버무려진 풍경은
사진의 테크닉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세계이며,
일부러 연출할 수도 없는 풍경이다.

활짝 핀 벚꽃과 벚꽃잎으로 장식된 자동차 지붕.

벚꽃 그늘에서는 자동차가 캔버스이고, 잔잔한 수면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은 활짝 핀 벚꽃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꽃비가 되어 바닥에 떨어진 꽃잎까지 참 멋지게도 담아낸다.

벚꽃을 반영하고, 벚꽃잎이 떨어진 자동차 보닛은 한 폭의 유화그림을 보는 듯하다.

땅에 떨어진 벚꽃잎까지 반영하는 자동차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벚꽃으로 멋지게 튜닝한 자동차를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자동차의 보닛에서부터 차창과 범퍼, 심지어 차문과 사이드미러까지
모든 디자인을 벚꽃잎으로 드레스업한 자동차.

두 그루의 벚꽃나무와 텃밭과 그것을 찍는 내가 모두 들어가 있는 사이드미러.

방금 튜닝센터를 빠져나온 것같은 자동차의 보닛에는
마무리하듯 벚꽃잎이 알맞게 떨어져 있다.
지붕에도 와이퍼에도 벚꽃잎이 색종이처럼 떨어져 있다.
일부러 누군가 장식을 해놓은 것처럼.

자동차 앞창에 소복하게 쌓인 벚꽃잎.

자동차에 벚꽃이 피었다.
벚꽃 핀 자동차에 꽃잎도 적절히 장식돼 있다.
그것은 분명 검은색 자동차이지만,
벚꽃 그늘에서는 은은하고 분위기 있는 벚꽃색을 띤다.
나는 오늘 멋지게 자연이 튜닝해준 벚꽃 자동차를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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