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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26 내 신발 위의 고양이 53

내 신발 위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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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위의 고양이

 

 

비가 내려 질척한 마당에서

삼월이네 아기고양이들 물장난을 친다.

발자국 웅덩이에 고인 물도 마시고

빗물이 송송 맺힌 풀잎을 뜯어 맛도 보고

빗길에 콕콕 발자국도 찍어본다.

 

"아 좋다. 여기서 발이나 말려볼까?"

 

크림색 아기고양이는 내 신발까지 올라와

빗길에 젖은 발을 턴다.

좋다고 빗길에 쏘다닌 녀석이

발이 젖어 내 신발로 올라왔다.

내 신발 위의 고양이.

 

"이건 뭔 냄새냐? 발좀 씻지 좀..."

 

이왕 올라온 김에 녀석은 내 신발끈을 물어뜯는다.

킁킁킁 내 발냄새도 맡는다.

올블랙에 가까운 녀석도 신발에 올라와

한참이나 내 신발을 구경한다.

“이거 얼마 주고 샀어? 나한테 딱 맞겠는데?”

 

"이 신발 우리 아그들한테 넘기는 게 어때?"

 

저 혼자 신발에 대고 냥냥거리면서

이제 슬슬 내 종아리를 타고 오른다.

나무를 타듯 두 발로 종아리를 잡고 무릎까지

올라올 기세다.

 

"아저씨 이거 얼마 주고 샀어? 싸구려 같은데..."

 

비가 내린 날,

내 신발 위의 고양이는

그저 귀엽고 앙증맞아서 나는 발에 쥐가 나려는 걸

겨우겨우 참고 있다.

 

빗물 고인 바닥의 고양이발(위). 발자국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물 구경중(아래).

 

내가 움직이기라도 하면 녀석들이 놀라서 뛰쳐내려갈까봐.

나는 저려오는 발을 그대로 참는다.

내 신발보다도 작은

내 신발 위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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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라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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