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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5 라오스 사원의 보살 고양이들 (15)

라오스 사원의 보살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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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사원의 보살 고양이


고양이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아마도 스페인이나 그리스, 일본이나 태국이 상위권에 들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견해로는
고양이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라오스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라오스에서는 길거리에 개만큼이나 많은 고양이가 돌아다닌다.
이 녀석들은 거의 행동의 제약이 없다.
거리를 떠돌다 집안으로 들어가고
노천카페 테이블 위에 버젓이 앉아 있는가 하면,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 누워서
행인이 와도 비켜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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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랑프라방 왓 파파이미사이야람 사원 대법당 앞에서 만난 보살 고양이. 이곳에는 모두 5마리의 아기 고양이와 한 마리의 어미 고양이가 있다.

이곳을 여행하는 여행자들 또한 그런 고양이의 자세가 당연하다고 여긴다.
라오스에서는 고양이가 사람의 눈치를 거의 보지 않고,
사람들도 거의 고양이를 개의치 않는다.
특별히 고양이를 더 사랑하는 것도,
일부러 먹이를 챙겨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고양이는 고양이의 삶을 살도록 놓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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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에서 만난 아기 노랑이(위)와 비닐 봉지를 깔고 낮잠을 자고 있는 카오스 고양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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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 고양이와 길고양이의 구분도 따로 없다.
이 녀석들은 대부분 길과 집안을 자유롭게 오간다.
그리고 또 하나 라오스만의 특별한 풍경이 있다면,
사원마다 일명 ‘보살 고양이’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무슨 보살이 될 수 있겠는가마는
사원에서 탁발로 얻어온 음식을 고양이들에게 나눠주며
몸소 자비와 생명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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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중인 주지 스님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아기 노랑이.

내가 루앙프라방에 머무는 동안
나는 숙소에서 가까운 ‘왓 파파이미사이야람’ 사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찾은 적이 있다.
순전히 그것은 사원에 거주하는 보살 고양이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곳에는 어미 고양이 한 마리와 5마리의 아기 고양이가 살고 있었는데,
어미는 노랑이였고, 5마리의 아기 고양이는 노랑이가 2마리, 삼색이가 한 마리, 깜장이가 한 마리, 카오스가 한 마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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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들어가게 해 주세요" 문밖에서 스님 방안을 기웃거리는 카오스 고양이.

녀석들은 법당에도 자유롭게 출입했고,
심지어 주지 스님이 기거하는 방안에도 스스럼없이 드나들었다.
한번은 주지 스님이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한가롭게 책을 읽고 있는데,
노랑이 새끼 한 마리가 느닷없이 스님에게로 달려들어갔다.
그러더니 스님의 무릎에 앉았다가 방안을 돌아다니며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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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 스님 방앞에서 놀고 있는 노랑이와 카오스(위). 사원의 5마리 아기 고양이 어미인 노랑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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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젊은 스님이 들어와 노랑이는 쫓겨났지만,
이번에는 카오스 녀석이 스님의 방을 기웃거렸다.
이튿날 이른 아침에는 새끼 노랑이 한 마리가 버젓이 대법당에서 걸어나와
법당 앞 계단에 척 걸터앉았다.
비가 오면 이 녀석들은 법당이나 수도승 숙소로 피신을 하고,
해가 나면 사원의 대법당 앞마당으로 나와 햇볕을 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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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여러 번 사원을 찾았더니 나중에는 이 녀석들이 내 발밑에 와서 잠을 청하거나 무릎 위로 기어올랐다(위). 처음 볼 때부터 녀석들은 사람의 손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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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스님들은 아침 탁발을 다녀오면
탁발해온 밥을 가장 먼저 불탑과 법당에 공양하고
그 다음으로 고양이들에게 공양한다.
그러나 고양이들은 스님들의 아침 공양만으로는 살 수가 없다.
이곳에서는 아예 고양이 밥 주는 스님이 따로 있어서
하루에 두 번씩 고양이 사료를 챙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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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당 마당에 앉아 있는 삼색이와 깜장이.

그래도 어쩐지 아기 고양이들이 너무 마른 것 같아서
나는 시내의 슈퍼마켓에서 참치캔을 하나 사다가
한밤중 스님들 몰래 고양이들에게 먹였다.
그러나 아뿔싸! 캔을 치우는 것을 깜박했다.
이튿날 늦은 아침 다시 사원을 찾았더니
이제 나를 알아보고 인사까지 건네는 젊은 스님이 나를 보고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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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당을 걸어나와 계단에 걸터앉은 노랑이.

스님의 뒤를 졸졸 따라갔더니
숙소 앞에 고양이 3마리가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스님은 잘 보라는 듯이 사료 포대를 꺼내
접시에 듬뿍 사료를 담아 고양이에게 내놓았다.
이렇게 사원에서 사료를 주니 참치캔 따위는 사올 필요가 없다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루앙프라방을 떠나는 날까지 나는 왓 파파이미사이야람 사원을 열 번도 더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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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스님들이 기거하는 숙소 앞에 오종종 앉아서 사료를 기다리고 있는 아기 고양이들.

짧은 날들이었지만, 나중에는 고양이들도 나를 알아보고
나에게 모여들었다.
어떤 고양이는 내 발밑에서 잠을 청했고,
어떤 고양이는 일주문 바깥까지 나를 따라왔다.
만약 스님이 데려가지 않았다면 그 녀석 한국까지 따라왔을지도 모른다.

* 라오스의 고양이들 2: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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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And Comment 15
  1. 아톰 2009.03.25 09:09 address edit & del reply

    인간과냥이의 살아가는 방식이 부럽습니다.
    우리나라도 저렇게 같이 평화로이 살수있는 그런날이
    하루빨리 와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네요.

    부럽습니다. 냥이도부럽고 구름님도 부럽네요. ^^

  2. 천랑 2009.03.25 09:27 address edit & del reply

    아무래도 신혼여행은 구름님 책을 따라 가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면 볼수록 자꾸만 찾아가고 싶어지네요^^;;
    글 중에 "그저 고양이는 고양이의 삶을 살도록 놓아준다"는 말이 마음에 확 와닿아요.
    모든 종교와 바른 말들이 전하는 메시지의 바탕인 생명존중과 자비가 많은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3. Favicon of http://blog.daum.net/11757 BlogIcon 나먹통아님 2009.03.25 09:35 address edit & del reply

    동물들을 도와주는것은 그냥 내버려 두는것인데 한국사람들은 동물들에게 참견을 너무 많이 하는거 가터요
    동물을 볼때 몸보신용으로 생각하지만 않아도...

  4. 2009.03.25 09:4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2009.03.25 12:15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6. 차돌복자맘 2009.03.25 14:31 address edit & del reply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스님들의 모습..
    그리고 라오스 사람들의 모습,,,
    정말 한없이 부럽기만 합니다ㅠ.ㅜ

  7. Favicon of http://arttradition.tistory.com BlogIcon 온누리 2009.03.25 18:4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마음이 편안하네요
    어디서나 평안을 얻는다면
    그곳이 천국이란 생각이...^^
    고양이들이 참 편하게 보입니다

  8. Favicon of https://boskim.tistory.com BlogIcon 털보작가 2009.03.25 19:2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세계 어디를 가도 고양이는 똑같이 생겼군요.
    그런데 발음 영어로 하니까 틀리겠죠?

  9. 오기 2009.03.25 19:47 address edit & del reply

    혹시나 해서 들어왔습니다
    이사를 가셨기에 고양이 보고서는 기대도 안하고 들어왔는데
    와~~ 라오스의 고양이들을 보게 되다니
    그것도 노랑이둥이를 (노랑둥이를 참 좋아 합니다)
    선함과 평화의 포스가 팍팍 느껴지는 글과 사진입니다
    서로의 삶을 인정해주는 모습에서
    오늘 내가 겪었던 불쾌한 감정들이 날아가네요
    참 편하고 평화로운 광경입니다
    그런데.. 냥이들의 마른 모습이 검소한 스님들의 체형과도 닮아 보여 많은걸 생각하게 하네요

  10. Favicon of http://waarheid.tistory.com BlogIcon 펨께 2009.03.25 23:19 address edit & del reply

    처음 방문이예요.
    다음에 들어갔다가 이쪽으로 왔는데 고양이와 라오스스님 무척 인상깊네요.

  11. Favicon of http://yiybfafa.tistory.com BlogIcon 해피아름드리 2009.03.26 12:4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우리네 길냥이보다 조금 여윈 듯하네요ㅠㅠ

    • 으으 2009.03.26 17:06 address edit & del

      그게 아니고요.. 우리 고양이들은 염분섭취가 너무 많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몸이 부은 거랍니다.. 사람들이 버린 음식 쓰레기들을 먹다보니.. 원래 고양이는 거의 살찌지 않는 체질인데..

  12. 으으 2009.03.26 17:05 address edit & del reply

    나도 가고싶다 가고싶다...ㅠㅠ

  13. 이그림 2009.03.26 21:25 address edit & del reply

    우리나라 고양이가 더 이쁘다.. ^^
    어쨌거나 복많은 녀석들이군요

  14. 그러쿠나 2009.03.27 16:57 address edit & del reply

    각자의 삶을 사는 무심한듯하지만 당연한듯 .. 우리나란 그게 좋은거든 나쁜거든 남의 일에 흑아님 백 좋은거 아님 나쁜거로 규정지으려는 성격이 강한데 배울게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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