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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17 소방차가 선암사로 간 까닭은 5

소방차가 선암사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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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가 선암사로 간 까닭은

 


옛빛 그득한 선암사 대웅전.

 

순천 조계산 선암사는 약 900여 년 전 대각국사 의천 스님이 개창한

옛빛 그득한 천년고찰이다.

이곳에는 승선교를 비롯한 보물 8점과 지방문화재 11점이 소장되어 있는데,

여행가들 사이에서는 홍매화가 가장 아름다운 절집으로 더 알려져 있고,

이곳의 뒷간은 건축문화와 생활문화 전문가들에게

전통 뒷간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초기 화재진압용으로 선암사에 배치된 소형 소방차.

 

선암사는 이번이 네 번째 여행인데, 그동안 못보던 풍경이 하나 생겨났다.

선암사 뒷간 앞에 빨간색 소형 소방차가 한 대 서 있는 것이다.

이 소방차의 용도는 말 그대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초기 화재진압용으로 배치해 놓은 것이다.

특히 요즘같이 건조한 봄철에는 화재 발생 요소가 수두룩하게 널려 있어서

언제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장담할 수가 없다.

 

대웅전에서 불공을 드리는 신도의 모습(위). 사찰의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목조건물의 특성상 순식간에 전소될 가능성이 많다(아래). 

 

우리나라 대부분의 절집은 사실상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목조 문화재는 그 자체로 화재나 자연재해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으며,

오래된 목조 건축물일 경우 그것의 피해는 좀더 심각해진다.

사실 전통 사찰을 비롯한 목조 문화재는 화재 발생시 원형이 소실되거나 훼손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따라서 중요한 목조 문화재에는 소형 소방차를 배치해 놓거나 자체 소방대를 조직해놓을 필요가 있다.

 


뒷간의 국보라 할만한 선암사 뒷간.

 

그러나 전통 사찰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산속에 들어가 있는 사찰의 경우 진입로가 좁은데다

거리가 멀어 접근조차 되지 않는 곳이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제껏 전통 사찰은 언제나 화재 사고의 사각지대나 다름없었다.

다행히 선암사와 같은 대형 사찰에 소형 소방차가 배치돼 있다는 사실이 다소 위안이 되지만,

대부분의 사찰은 사정이 이와 같지 않다.

 

선암사 뒷간 앞에 배치된 소형 소방차.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현재 사찰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목조문화재는 모두 6307곳으로,

소방 안전점검 결과 자체 소화설비를 갖춘 곳이 10%를 조금 넘는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나와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숭례문 사고와 같은 뜻하지 않은 사고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지금이라도 당장 전국의 목조 문화재 6307곳에 대한 화재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지금 전소된 숭례문 복원에만 매달릴 때가 아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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