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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6.23 스타묘의 여친으로 산다는 것 33
스타묘의 여친으로 산다는 것
스타묘의 여친으로 산다는 것,
참 피곤한 일이죠.
사람들은 말하죠.
달타냥에게 나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못생긴 데다 인상도 별로 안좋다고.
마치 달타냥이 자기의 남친이라도 되는 양 말하죠.
우리 깜찍이가 뭐 어때서...
그래서 상처받았냐구요?
천만의 말씀.
그래도 우리 타냥씨는 나한테 ‘깜찍이’라고 불러요.
나밖에 없다고.
질투해도 할 수 없죠.
세상 누가 손가락질 해도 나한텐 너밖에 없다고.
그러니까 타냥씨에게 나는 ‘깜찍이’란 거예요.
뭐 여러분도 그렇게 불러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한테 먼저 대시한 것도 타냥씨라구요.
저 정식으로 인사드려요. 전 깜찍이라고 해요.
난 사귈 생각도 없는데,
어디서 났는지 귀한 사료도 몇 알 갖다 주고
담장에 올라 멋진 세레나데도 부르면서 날 꼬셨죠.
못이기는 척 넘어가 줬어요.
자기가 사람들에겐 스타묘인줄 모르지만,
길고양이계에선 별로 알아주지도 않는 마당고양인 걸요.
이래뵈도 난 성골이고, 타냥씨는 진골이에요.
사람들은 타냥씨를 시크하다고 말하는데,
자세히 보면 질리는 타입이에요.
나한테 너무 잘해주니까, 남친이 너무 잘해주면 왜 질리잖아요.
타냥씨가 먼저 귀한 사료 몇 알 갖다 주면서...자기랑 사귀면 이 사료 평생 먹게 해 주겠다고...꼬드겨서...사귀게 된 거라구요.
나도 나쁜 수컷이 좋은가봐요.
이래저래 이야기가 길어졌군요.
한가지 고백하자면, 요즘 저에게 새로운 급식소가 생겼어요.
랭씨네 집이라고, 그 전에 바람이의 영역이었다죠?
바람이가 떠나고 나서 그곳은 무주공산이 되었죠.
원래 고등어 무늬 중고양이가 한 마리 그곳을 기웃거리긴 했는데,
바람이가 떠나고 나서 그 녀석도 어디론가 가버렸죠.
원래 몰래몰래 사료만 먹고 가려 했는데,
서너 번 랭집사에게 들키고 말았죠.
정말이에요. 타냥씨 뒤에서는 막 랭집사 욕도 해요. 요즘 사료 갖다 주는 게 시원찮다고.
오늘은 글쎄 아침 일찍 랭집사와 그의 아내에게 딱 걸리고 말았어요.
너무 놀라서 논두렁으로 막 달아났죠.
두 사람은 뭐가 그리 좋은지,
뒤에서 큭큭거리며 웃더군요.
지못미, 지못미 그러면서...
그게 무슨 말인지, 그게 말이여 당나귀여...
아무튼 내 연애에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만,
과도한 관심은 꺼주세요.
나도 사생활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우리 타냥씨 이쁘게 봐주셔서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아울러 저 ‘깜찍이’도 많이많이 사랑해주세요.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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