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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2 생후 9일째 아기고양이 모습은 32

생후 9일째 아기고양이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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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9일째 아기고양이의 모습은

 

전원고양이 소냥시대를 낳았던 삼색이 다롱이가

9일전 두 마리의 아기고양이를 낳았다.

한 마리는 턱시도, 또 한 마리는 노랑점박이.

내가 엊그제 전원주택에 들르자 전원 할머니께서

손짓을 하며 현관 앞의 박스를 가리켰다.

 

 

“다롱이가 새끼 두 마리를 낳았어! 인석 성깔이 장난이 아니야.

내가 이래 들여다보려구 하면 카악거리구.”

내가 살금살금 다가가 박스 안을 들여다보자

역시 다롱이는 하악거리며 경계심을 보였다.

이런 경계심은 새끼를 낳은 어미고양이로서는 당연한 거다.

다만 다롱이가 유별난 데가 있기는 하다.

 

 

 

전원주택에서 이제껏 살아오면서도 사람에게 가장 까칠하게 굴고 경계심을 보이는 녀석이

바로 이 녀석이다.

게다가 할머니에 따르면 새끼를 낳기 얼마 전

마당에 있던 고등어무늬 식구들을 다 쫓아냈다고 한다.

소냥시대보다 두 계절 먼저 태어난 고등어 세 마리는 그렇게

전원주택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전원주택에서 왕초 노릇을 하던

나이 좀 있는 고등어 녀석도 함께 쫓아내더라는 것이다.

 

 

 

암컷인 고래고양이와 산둥이, 방랑묘 삼색이에게도 경계심을 보여

녀석들은 임시로 마당 밖으로 피신해

밥때가 되면 찾아오곤 한다.

어쨌든 까칠한 다롱이 여사가 낳은 새끼들은

며칠 전 눈을 떠서 솜털이 보송보송 앙증맞은 자태로 꼬물꼬물 둥지 속을 기어다닌다.

마당 한가운데로 나와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다롱이는 박스를 뛰쳐나와 테라스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현관 앞 둥지 쪽으로 걸어가더니

박스 안에서 두 마리의 아기고양이를 바로 앞 자갈밭에 내려놓았다.

“구경 좀 해봐요. 나두 제대로 구경 못했는데... 아이구 이뻐라!”

봄볕도 따뜻하고 바람도 없어서

아기고양이를 잠시 밖에 내놓아도 상관은 없을 듯 싶었다.

문제는 까칠여사 다롱이가 가만 있을 리 없었다.

 

 

두 마리의 아기고양이는 갑자기 낯선 곳에 떨어지자

앙칼지게 울면서 어미를 찾았다.

아기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자

부리나케 다롱이가 테라스에서 달려왔다.

다롱이는 ‘누가 우리 금쪽같은 새끼들을 이랬느냐’면서 우리를 향해

으냥으냥 울었다.

그러더니 턱시도 새끼고양이를 덥석 입으로 물었다.

 

 

 

다급한 마음에 목덜미를 문다는 것이 등을 물었다가

아니다 싶으니까 다시 목덜미를 물고 녀석은 질질 아기고양이를 끌고 갔다.

물고 가는 것이 아니라 질질 끌고 가는 거였다.

박스 앞에 이르러서야 다롱이는 턱시도 새끼를 물어올려 둥지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혼자 남은 노랑점박이가 아앙아앙 울어댔다.

나도 어서 데려가라고.

하지만 무슨 일인지 다롱이는 둥지에서 나올 생각을 않았다.

 

 

 

놀란 새끼 턱시도를 진정시키는지 다시 둥지 밖으로 나오는데 한참이 걸렸다.

그동안 노랑점박이는 고개를 돌려가며 계속해서 울어댔다.

드디어 다롱이가 나타나 노랑점박이 새끼의 목덜미를 물었다.

겨우겨우 다롱이는 노랑점박이를 둥지 안으로 데려갔다.

다롱이나 아기고양이 입장에선 이게 웬 날벼락이냐, 싶었을 거다.

 

 

하지만 비켜나서 지켜보는 할머니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고,

그 옆에서 지켜보는 처녀개 반야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반짝거렸다.

반야, 속으로는 ‘저것들 내가 젖 먹여 키워야 하는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전원주택에 이렇게 또 한 생명이 태어났다.

향긋한 봄바람은 살랑살랑 앵초꽃을 피우고,

목련 봉오리마저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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