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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24 아기고양이 4남매의 전원일기 38

아기고양이 4남매의 전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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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고양이 4남매의 전원일기




우리 동네 전원고양이 서열 1위, 호순이 아줌묘는 지난 초여름 전원주택 인근(뒷산)에 새끼를 낳았다. 정확히 몇 마리를 낳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어느 날엔가 네 마리의 아기고양이가 전원주택 뒤란의 보일러 위에서 야옹거리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몰래몰래 새끼들을 데려와 밥을 먹이더니, 아예 뒤란으로 거처를 옮기더라는 것이다. 약 달포 전이었다. 전원고양이에게 전해줄 대용량 사료 한 포대를 들고 전원주택을 찾았는데, 주인 할머니가 뒤란으로 한번 가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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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위에 네 마린가 새끼들을 데려다 놨어요. 아직 사람이 무서운지 발자국 소리만 나면 혼비백산 도망을 쳐요.” 아니나 다를까. 뒤란으로 돌아가 보일러 위에 올라앉은 녀석들을 발견하고 카메라를 들어올리는 사이, 녀석들은 이미 사방으로 흩어져 한 마리도 남지 않았다. 할머니에 따르면 이 아기고양이들은 잔디 마당에도 나오지 않고, 다른 고양이와도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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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쯤 지났을까. 한 번 더 전원고양이를 만나러 갔다가 뒤란에서 녀석들을 만났지만, 이번에도 녀석들은 뒷산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후 약 한달 가까이 이곳을 찾지 못하다가 얼마 전 사료를 전달하기 위해 잠시 들렀는데, 녀석들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때 보일러 위에서 보았던, 그 경계심 많던 녀석들이 잔디밭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누워 전원고양이로서의 여유와 낭만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녀석들은 처음부터 이 잔디밭을 마당삼아 컸다는 듯 자연스러웠고, 다른 고양이들과도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다는 듯 스스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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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만, 네 마리였던 아기고양이는 다섯 마리가 되어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이랬다. 어느 날 전원주택 앞 길가에 다 죽어가는 아기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있더라는 것이다. 그대로 두면 죽을 것이 뻔해서 할머니는 이 고양이를 데려다 보살폈다고 한다. 약도 먹이고 밥도 먹이고 이곳의 고양이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병든 아기고양이는 조금씩 나아져 이제는 전원고양이 식구가 다 되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호순이네 아이들과 월령이 비슷해서 녀석은 보다 쉽게 이곳의 생활에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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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에서 뛰어노는 다섯 마리의 아기고양이. 녀석들은 처음 만났던 달포 전과는 달리 나를 심하게 경계하지도 않았다. 다만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의 행동을 주시했다. 먹이그릇에 사료를 조금 부어주자 녀석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 그러나 다른 고양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사료 먹는 모습을 보더니 녀석들도 하나 둘 그 틈에 끼어들었다. 첫 대면치고는 순조로웠다. 녀석들은 마지막 한 알까지 깔끔하게 사료를 해치우고는 사방으로 흩어졌다. 어떤 녀석은 항아리 틈으로 들어가 그루밍을 하고, 어떤 녀석은 수돗가로 자리를 옮겨 물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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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게 내 앞으로 걸어오는 녀석도 있었다. “거 보아하니 사료 좀 있는 거 같은데, 앞으로 친하게 지냅시다.” 내 앞에 앉아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고추 이랑 속으로 들어가 낮잠을 청하는 녀석. 마당에 날아다니는 잠자리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녀석. 녀석들은 전원고양이를 키운 처녀개와도 사이가 좋았다. 갑자기 달려드는 개를 보고도 녀석들은 도망을 치기는커녕 몸을 부비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개집 앞에 버젓이 앉아 있기도 했고, 물그릇 하나에 함께 입을 대고 물을 마시기도 했다. 녀석들은 완전히 전원고양이의 일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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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다시 전원주택을 찾았을 때 참 묘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날 집 앞에 던져진 채 사경을 헤매던 아기고양이에 대한 후속편이었다. 사흘 전 밤이었다고 한다. 밤중에 집 앞의 소나무밭에서 냐앙 냐앙~ 하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더라는 것이다. 대수롭잖게 여기고 넘어갔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기고양이 한 마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약도 먹이고 밥도 먹여 가까스로 살려놓은 그 아기고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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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밤중에 소나무숲에서 울던 고양이가 어미였나봐요.” 그러니까 이 어미는 죽어가는 새끼를 이곳에 맡겨놓았다가 건강해진 상태를 확인하고는 다시 데리고 간 것이다. 이곳에다 병든 새끼를 맡기면 살려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결국 아기고양이는 이곳에서 병도 낫고 몸도 건강해져 어미 품으로 되돌아갔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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