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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2.07 아기고양이의 군것질, 겨울 호박 47
아기고양이의 군것질, 겨울호박
길고양이가 호박을 먹는다는 사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잘 먹는다는 사실.
처음 알았다.
개울냥이네 어미 까뮈가 낳은 4마리의 아기고양이는
이 추운 겨울에도 폐냉장고 밑에서 차디찬 날씨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다.
기껏해야 한달을 약간 넘긴 이 녀석들에게 겨울은 혹독하기만 하다.
날이 추워 꽝꽝 얼어붙은 호박을 뜯어먹고 있는 까뮈네 고등어무늬 아기고양이.
먹이는 내가 거의 매일같이 날라다준다 해도
이 추위만큼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꿋꿋하게 대견하게 잘 견디고 있다.
오늘도 녀석들은 은신처인 폐냉장고 곁에서 장난을 치며 논다.
이제 녀석들은 내가 불쑥 갑자기 나타나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
물론 어미가 있을 때는 말이다.
사료를 잔뜩 먹고 난 뒤에도 녀석은 이 언 호박을 뜯어먹었다.
맨 처음 이 녀석들을 만났을 때만 해도
가지고 온 것이 성묘용 사료밖에 없어 아쉬운대로 그것을 줄 수밖에 없었는데,
녀석들은 아랑곳없이 그것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최근에는 2명의 네티즌이 보내온 자묘용 사료를 주고 있는데,
역시나 먹이 앞에서 녀석들은 언제나 용감하다.
그런데 이 녀석들 사료만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어미 앞에 얌전하게 앉아 있는 고등어 녀석. 아기고양이 특유의 파란 눈에서 조금씩 호박색 눈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4마리의 아기고양이 가운데 고등어무늬를 지닌 녀석은
사료를 배불리 먹고 난 뒤 마치 후식이라도 되는양
겨울 호박을 뜯어먹는 거였다.
그것도 잠깐이 아니라 한참 동안이나 그러고 있다.
며칠 전부터 눈에 띈 것이지만,
녀석은 이 크고 늙은, 게다가 요즘 날씨가 추워서 꽝꽝 얼어붙은 호박을 거의 절반쯤이나 뜯어먹었다.
까뮈네 삼색이 녀석 또한 맛있게 언 호박을 뜯어먹는다.
녀석에게는 이것이 후식 차원이 아니라 입이 심심할 때마다 먹는 간식,
그러니까 군것질 같은 것이다.
4마리의 새끼 가운데 또다른 삼색이 한 마리도
고등어무늬를 따라 종종 언 호박을 뜯어먹는다.
이 녀석 또한 사료를 잔뜩 먹고 난 뒤 뜯어먹는 것으로 봐서
배가 고파 그러는 게 아니다.
한마디로 먹을만 하니까 먹는 거다.
까뮈네 아기고양이뿐만 아니라 개울을 따라가다 만난 또다른 노랑이 녀석도 개울에 버려진 겨울 호박을 한참이나 뜯어먹었다.
아마도 고 달큰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녀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게 분명하다.
한번은 개울을 따라 올라가다 만난 또다른 중고양이 노랑이 녀석도
개울가에 버려진 호박을 뜯어먹는 걸 본 적이 있다.
까뮈네 아기고양이들만 호박을 먹는 게 아니라
다른 길고양이도 호박을 먹는 거였다.
물론 호박 구경도 못하는 도심의 길고양이들에게는 이런 군것질이 가당치도 않겠지만,
시골에 사는 시골냥이들에게는 늙은 호박 군것질이
제법 맛난 별미인 것이다.
* 시골냥이가 사는 법::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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