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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01 아수라백작 고양이 (20)
아수라백작 고양이
지난겨울은 혹독했다.
폭설과 혹한이 계속되자 축사냥이가 사는 축사에는
간간 얼굴을 보이던 삼색고양이 미랑이도 거의 상주하다시피했다.
이곳이 비교적 따뜻한데다 결정적으로
정기적인 사료가 배달되기 때문이다.
크림색과 검은색이 반반, 얼굴은 아수라백작을 연상케 하지만 이렇게 예쁘장한 아수라가 또 있을까.
미랑이는 보기 드문 미묘의 고양이다.
미랑이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왼쪽은 노란 털 오른쪽은 검은 털이 뒤덮여
꼭 아수라백작처럼 보인다.
눈은 매력적인 라임색이다.
지난 3월 마지막 폭설이 내리던 날의 미랑이.
종종 길 위의 고양이들을 만나보면 턱시도나 삼색이 중에서
아수라백작처럼 생긴 고양이를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이런 고양이는 미묘가 드문 편이다.
그러나 미랑이는 아수라백작의 얼굴을 하고도 미모까지 겸비했다.
날이 풀리고 봄이 와서 축사 바깥에는 어느 새 대파가 자라고, 봄꽃이 피고 있다.
혹한기 동안 상주하던 미랑이는 날씨가 풀린 요즘에도
축사를 떠날 생각이 없다.
나에 대한 경계심도 많이 누그러뜨렸다.
과거에는 내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도망가던 녀석이
이제는 10미터 정도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나를 살피곤 한다.
나무더미에 올라앉은 미랑이(위). 나뭇가지 너머로 보이는 미랑이의 실루엣(아래).
때는 봄이어서
축사 건물 밖 텃밭에는 시퍼렇게 대파가 자라고
어느 새 논둑에는 꽃다지가 피기 시작했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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