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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2 봄에 태어난 이 어여쁜 생명들 12

봄에 태어난 이 어여쁜 생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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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의 땅에 태어난 이 어여쁜 생명들


유목민 게르 앞에 앉아 있는 어미 양과 그 옆에 서 있는 어여쁜 새끼양.

과거 우리나라엔 보릿고개란 말이 있었다.
식량이 떨어지는 춘궁기를 일컫는 말이다.
몽골에는 ‘젖고개’라는 말이 있다.
봄에 가축들이 새끼를 낳는 철을 일컫는다.
새끼 낳는 시기에는 가축을 잡을 수도 없고,
새끼를 낳은 가축들은 잘 나오지도 않는 젖을 새끼에게 먹여야 하므로
사람이 먹을 젖도 부족해 젖고개라 했던 것이다.


제 어미도 아닌 옆의 양 등에 올라탄 새끼 염소 한 마리.

유목민들은 아무 때나 가축을 잡지 않는다.
늦가을 살이 통통하게 올랐을 때 가축을 잡아 게르에 매달아 놓고 그것을 봄까지 먹는다.
여름에는 가축에서 나오는 유제품으로 고기를 대신한다.
봄에는 가축들이 겨우내 먹이가 부족해 바짝 마른데다
새끼도 낳아야 하므로, 봄에 가축을 죽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유목민 아이 게렐치멕(7세)이 새끼 염소를 들어올리고 있다.

어찌됐든 몽골 초원의 가축들은
봄풀이 막 올라오기 시작하는 4~5월에 주로 새끼를 낳는다.
몽골에서는 ‘오축’이라 하여 소(야크 포함), 말, 양, 염소, 낙타를
가장 귀중한 다섯 가축으로 여긴다.
다섯 가축 모두 약속한듯 봄에 새끼를 낳는다.


어미 염소와 새끼 염소(위). 무릎을 꿇고 젖을 먹는 새끼양(아래).

봄이면 몽골의 초원은 생명의 소리로 가득하다.
새끼들은 음메~거리고 이힝~거리며 엄마를 따라다닌다.
몽골의 하늘과 초원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갓 태어난 새끼와 어미가 한데 어울린 모습에는 비길 바가 못된다.
이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태어난 지 2~3개월쯤 된 새끼 양떼.

보통 몽골에서는 낙타나 말은 게르에서 좀 떨어진 곳에 방목을 하고,
소나 양과 염소떼는 게르 인근 초원에 방목을 한다.
말과 낙타는 저녁에 따로 게르 인근으로 몰아오지 않아도 되지만,
소떼(야크)나 양과 염소떼는 반드시 저녁이면 게르 주변으로 몰고온다.
아직도 몽골에는 무리에서 이탈한 새끼만을 노리는 늑대가 꽤 많은 편이다.


벌판에서 길을 잃은 새끼 염소. 염소의 주인과 함께 여행온 동료들까지 모두 7명이 30분간이나 이 염소를 잡으려고 애쓴 끝에 겨우 새끼 염소를 무리에 데려다 주었다.

실제로 이크올의 현지인 게르에서 묵었을 때
게르에서 좀 떨어진 망아지 한 마리가 늑대에게 뒷다리를 물려 돌아온 적이 있다.
게르 주인은 어떻게 알았는지 산자락에서 이 망아지를 구해 돌아왔다.
어미말은 놀랐는지 주인 외에는 망아지 곁에 아무도 오지 못하게 했다.


이크올 인근 현지인 게르에서 만난 이 망아지는 늑대에게 뒷다리를 물려 게르로 돌아왔다(위). 늑대에게 물린 망아지의 뒷다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아래).

몽골의 유목민들은 양과 염소가 새끼를 낳으면
저녁에 새끼들만 따로 우리에 가둔다.
우리는 한달 이상된 새끼를 가두는 커다란 우리 안에
또 작은 우리를 만들어 갓 태어난 새끼들을 따로 보호한다.
우리 안에 새끼들이 있으므로 어미와 다른 가축들은 밤새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어미 젖을 먹고 있는 새끼 야크.

소와 야크도 새끼 우리를 따로 만들어 보호한다.
소와 야크, 말과 낙타는 어미의 젖을 짤 때도 새끼를 이용한다.
새끼에게 먼저 젖을 먹이는 ‘최유’를 한 뒤, 새끼를 어미 옆에 묶어놓고
어미의 젖을 짜는 것이다.
반면 양과 염소는 새끼와 상관없이 어미를 묶어놓고 젖을 짠다.


붐브그르 마을 한가운데 공터에서 송아지에게 젖을 먹이는 어미소.

일상적으로 몽골에서는 양과 염소의 새끼를 돌보는 일은 아이들 몫이다.
나아가 양떼를 몰아와 새끼를 우리에 넣는 일도 아이들에게 시킬 때가 많다.
유목민 사회에서는 아이들도 유목생활의 일원이다.
너무 이른 봄에 새끼를 낳았을 때는
갓 낳은 새끼를 아이로 하여금 게르에서 데리고 자도록 할 때도 있다.
몽골의 봄은 4~5월에도 밤이면 영하 15도까지 내려갈 때가 많기 때문이다.


델게르 초원에서 만난 새끼 낙타의 젖 먹는 풍경(위). 공동육아를 하는 듯 새끼 세 마리를 거느린 어미 낙타(아래).

몇 년 전 통계에 따르면
몽골에서 유목하는 오축의 수는 모두 3억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은 양이고, 다음이 염소, 소와 야크, 말, 낙타 순이다.
그러나 최근 몽골의 급격한 사막화와 기후변화로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피해를 입었고,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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