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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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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구경



숲속의 길과 녹음 속에 모습을 드러낸 서대 염불암 너와집.

 

오대산으로 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구경하러

오대산으로 간다.

무슨 집구경하러 산으로 가느냐, 고 하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이 거기에 있다.

오대산 서대 염불암!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가장 아름다운 집. 통나무굴뚝에선 이제 막 연기가 피어오른다.


“염불암은 겉모습으로만 보면 절집이 아닌

그저 운치 있는 너와집일 뿐이다.

울릉도나 삼척에서도 볼 수 있는 바로 그 너와집.

하지만 여느 너와집과는 배경도, 품격도 다르다.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가장 아름다운 집.

가장 소슬한 극락의 집.”

_ <은밀한 여행>(랜덤하우스) 중에서



서대 염불암은 산 꼭대기에서 오대산 능선 자락을 다 굽어본다. ⓒlee-yonghan&random house

 

그렇다.

가장 외롭고, 가장 아름다운 집.

하지만 오해 마시라.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니,

다른 사람이, 다른 집이 가장 아름답다고 해도 상관없다.



염불암 너와집 너머로 보이는 푸른 하늘 ⓒlee-yonghan&random house

 

서대 염불암 가는 길은

가파른 고갯길과 완만한 능선길이

적당한 긴장과 이완을 제공한다.

밀림처럼 우거진 낙엽활엽수가 하늘을 가리다가

시원한 침엽수가 거침없이 시야를 열어주는 길. 



너와집에 걸어놓은 목탁.


그 길에서는 발바닥으로 길의 탄력을 느껴야 한다.

봄이면 노루귀와 얼레지, 꿩의바람꽃이 꽃밭을 이루고,

여름이면 나무냄새, 풀냄새, 바람냄새가 진동한다.

능선을 올라서면

그 옛날의 허균도 김시습도 천하 제일의 물이라고 했던

우통수 샘물이 기다리고 있다.



염불암 추녀에 걸어놓은 가장 작은 풍경.


오대산 서대 염불암은 우통수에서 기껏

100여 미터 남짓이면 만날 수 있다.

나무로 얼기설기 사립문을 해단 집.

녹음이 우거진 숲을 비껴나

능선이 가물가물 물이랑처럼 펼쳐지는 곳.



서대 염불암으로 들어가는 능선길이 비와 안개에 젖었다.


때마침 너와집 아궁이에 불이라도 지폈는지

뒤란의 통나무 굴뚝에선 연기가 폴폴 피어오른다.

지붕에 채곡채곡 쌓아올린 너와는 마치

수천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 가지런하고

귀틀벽마다 잔뜩 장작을 쌓아올려

벽체가 온통 장작으로 된 듯한

옛 부대기꾼(화전민)의 집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집.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상원사 샘물 ⓒlee-yonghan&random house

 

극락의 집이 저렇듯 소슬하다.

한시간을 머물러도 개미 한 마리 지나가지 않는 외로움.

나보고 하루만 살라 해도 나는 외로워서 못산다.

아무래도 나는 통속적인 구경꾼에 불과한 것이다.

그 옛날 김시습은 이 곳에 왜 머물렀을까.

우통수 샘물이 좋아 차맛을 보러 온 것이라면,

세상이 비웃을 것인가.

염불암에서 그는 이런 시를 남겼다.



상원사 동종.


“서산 높은 봉우리 외롭게 끊겼는데,

우통 샘물은 기운이 맑고 차네

고승은 담아온 물로 손수 차를 달이고

서방의 극락세계 부처님께 절을 하네.”

_ 김시습의 <우통수> 전문

*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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