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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05 먹물버섯으로 글씨 써봤더니 17
먹물버섯으로 글씨 써보았더니
가을로 접어든 숲과 정원, 풀밭에 먹물버섯이 한창이다.
1년 전 먹물버섯을 사진찍었던 나만의 장소를 찾아
가방을 내려놓고 나는 아예 두어 시간을 그곳에서만 보냈다.
새소리, 바람소리 가득한 곳에서 만난
먹물버섯!
말 그대로 그 이름은 버섯이 먹물을 흘린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액화현상으로 인한 먹물이다.
그렇다면 먹물버섯이 흘리는 먹물로는 정말 글씨가 써질까?
갑자기 나는 그게 궁금했다.
갈아 만든 먹물과 흡사할 정도라고 말한다.
그것을 확인하려고 나는 종이를....#$&^-.-;; 안가져왔다.
아무리 뒤져도 없다.
결국 카메라 가방을 다 뒤져 라오스에서 받은 환전 영수증을 찾아냈다.
당연히 붓도 안가져왔다.
약쑥을 꺾어 붓을 삼고, 그것으로 먹물버섯이 흘리는 먹물을 받아
나는 노란색 환전 영수증 뒷면에 ‘먹물버섯’이라고 썼다.
붓도 없고 바닥도 고르지 못해 글씨가 엉망이지만,
정말 써진다. 잘 써진다.
마치 그것은 집에서 먹물을 갈아 쓸 때와 비슷하다.
다만 좀더 묽은 느낌이 난다.
왜 이 녀석이 먹물버섯인지를 이제야 알겠다.
그 때문에 유럽에서는 오랜 옛날 이 먹물버섯의 먹물을 받아
잉크 대신 사용했다고 한다.
유럽에서 먹물버섯을 잉크버섯(inky mushroom)이라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처음 갓 부분이 솟아나올 때
먹물버섯은 꼭 남성의 거시기처럼 원뿔 모양(약 10센티미터)으로 올라온다.
막 솟아나왔을 때의 빛깔은 거친 섬유질이 연상되는 흰색을 띠며,
갓이 펴지면서 점차 회색이 섞인 연갈색으로 변한다.
갓끝부터 검은색으로 액화현상(물처럼 녹아내리는 현상)이 일어나
먹물을 흘리게 된다.
결국 먹물을 다 흘린 뒤에는 갓이 없어지고 대만 남는다.
먹물버섯은 갓이 펴지기 전, 유생일 때만 식용이 가능하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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