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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26 장독대에 올라간 아기고양이 25
장독대에 올라간 고양이
아기고양이 꼬미는 꼬리가 짧은 녀석으로 태어나
독립할 시기도 되지 않아 어미를 잃고
현재 할머니인 대모 품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고 힘들어...뭔 눈이 이케 많이 왔냥!"
대모에겐 꼬미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아기고양이가 있었는데,
처음 녀석들을 보았을 때만 해도 노랑이 두 마리에 고등어 한 마리였으나,
그 중 노랑이 한 마리는 한달째 안보이는 것으로 보아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으로 보입니다.
눈썹지붕에 올라 해바라기 하고 있는 꼬미. 고양이 머리 위로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최근에 대모는 영역을 다시 옛 축사가 있던 텃밭으로 옮겼습니다.
텃밭가에 쌓아놓은 모종판과 비닐, 박스 등이
녀석들에게 그런대로 살만한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지요.
이건 마치 고향을 떠나 도심에서 어떡하든 살아보려고
날품팔이를 하다가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도로 고향으로 돌아와 밭을 일구고 사는 통속적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서 보면 다 보여요. 열차도, 사료배달부도... 자 그럼, 오늘도 힘차게 시작해볼까... 으랏차!"
꼬미 또한 새로 옮긴 축사터 텃밭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과거 어미인 여리와 가끔 은신처로 사용하던 곳이니까요.
급식장소인 돌담집 논자락도 자신이 태어난 둥지에서
가까운 곳인데다 본래 자신이 살던 영역이어서
전혀 낯설지가 않습니다.
"근데 아저씬 만날 그렇게 사진 찍어다...어따 쓴대요?"
꼬미는 논자락에 내려와 밥을 먹고 나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장독대에 올라가 그루밍을 합니다.
장독대 항아리에 고인 물로 목을 축이고
사람들이 지나가면 곧바로 장독대 아래로 몸을 숨깁니다.
어떤 날은 몇 시간씩 이 장독대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장독대와 고양이와 푸른 하늘과 적막.
그루밍을 하다가 졸리면 가스통 위 볕바른 눈썹지붕에 올라가 잠을 청합니다.
위급한 상황이 오면 지붕 속으로 숨을 수도 있죠.
장독대에 올라가 그루밍을 할 때면
마을 너머로 덜컹거리며 열차가 지나갑니다.
그럴 때면 꼬미는 하염없이 기차 꼬리를 바라봅니다.
"자 그럼 슬슬 그루밍이나 해 볼까!"
장독 뚜껑 위에 눈이 제법 쌓였어도
꼬미는 개의치 않고 이곳에 올라 또 그루밍을 합니다.
날씨가 맑아서 하늘이 파랗게 드러나면
그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장독대에 올라앉은 꼬미의 모습은
동화책 속에나 나올법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합니다.
이 여리고 앳된 녀석...참 대견하게 살아갑니다.
장독대와 고양이.
고양이와 푸른 하늘.
눈과 고양이.
날씨는 매서울 정도로 춥고 수시로 폭설이 내리지만,
그 여리고 앳된 꼬미는 씩씩하게 명랑하게
이 겨울을 건너가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참 대견합니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 트위터:: @dal_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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