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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16 지리산이 보여준 천하비경 수묵화 (11)
지리산이 보여준 몽환적인 풍경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나누고 함양과 남원의 경계를 나누는
등구재를 넘으면 적막한 산중마을 창원마을이 나온다.
옛날 함양의 창원마을 사람들은 이 고개를 넘어 남원 인월장을 보러 왔다.
그러나 교통이 좋아진 지금 등구재는 유명무실한 고갯길로 남아
풀만 무성하게 자라는 인적 끊긴 고개가 되었다.
이 고갯길을 넘어가 만나는 창원마을은 혼자 보기 아까운
아름다운 두메마을이다.
마을 위쪽의 다랑논 너머로는 가까이 법화산이 보이고,
멀리는 지리산 천왕봉 능선자락이 은은하게 보인다.
특히 아침 무렵 운무 속에 드러난 지리산 자락의 실루엣 풍경은
천하의 비경이다.
절경의 풍경을 담백하게 표현한 한폭의 수묵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나무와 구름과 주변의 잡다한 풍경을 과감하게 생략한
여백과 곡선이 돋보이는 몽환적인 산수화.
운무 속에 드러난 법화산과 지리산의 산자락은
원근에 따라 먹의 농담을 조절한듯 뒤로 갈수록
희미한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카메라는 눈에 보이는 이 장쾌하고 몽환적인 풍경을 다 담을 수가 없어
그저 아쉽고 애석할 따름이다.
지리산 옛길 답사를 하다말고,
다리쉼 핑계로 나는 창원마을에서
한시간 넘게 지체했다.
순전히 지리산이 보여주는 수묵화를 감상하기 위해서.
창원마을은 과거 창말(倉村ㆍ昌元)이라고도 불렀는데,
이는 조선시대에 세금으로 걷는
차나 약초, 곡식 등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었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마을에서는 정말로 아름다운 담도 볼 수 있었는데,
이름붙이자면 ‘장작담’이다.
겨울에 땔감으로 사용할 장작을 한군데 높이 쌓은 것이 아니라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담장처럼 쌓고,
그 위에 초가지붕에 덮는 이엉마루를 해덮었다.
이것은 이제껏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담이기도 하다.
당산 이름이 꽃당산이다.
꽃당산은 수십 그루의 오래된 소나무가 어울려 커다란 동산을 이룬 모양인데,
당산에 들어서면 용틀임하듯 구부러진 소나무숲이
정말로 꽃처럼 아름답다.
마을에는 기계화되지 않은 옛 모습 그대로 가내 수공업을 하는
작은 한지공장도 있는데, 부부가 농번기를 피해 한지를 만들어낸다.
창원마을은 산중마을치고는 제법 큰 마을에 속하지만,
마을의 모습은 여전히 정겨운 시골마을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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