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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8.14 개와 고양이가 키운 참외 15
개와 고양이가 키운 참외와 수박
“참외 수박은 왜 심어?”
“먹을라구...!”
아내의 지청구에도 아랑곳없이 나는 올 봄 비좁은 텃밭에 참외와 수박 모종을 가져다 심었다.
그러나 고추나 토마토, 오이처럼 심어만 놓으면 쑥쑥 자라는
녀석들과 다르게 참외 수박은 키우기가 만만치 않았다.
심어놓은 모종의 절반은 말라죽거나 습해로 죽고 영양장애로 골골거렸다.
다행히 가까스로 살아남은 녀석들은 여름이 되자
거짓말처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밑거름이 잘된 참외 한 포기는 벌써 샛노랗게 익어서
3개는 따먹고, 나머지 2개도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중이다.
벌써 따먹은 3개의 참외는 그 크기와 빛깔도 시중에서 파는 참외와 다를 바가 없었는데,
맛은 마트 참외가 감히 따라올 수 없는 맛이었다.
“정말 맛있어! 내년에 또 심자!”
그걸 왜 심느냐며 무어라 할 때는 언제고
아내는 이렇게 맛있는 참외는 처음 먹어본다는 표정으로 연신 참외 맛에 감탄했다.
아직 퍼렇게 달려서 익을 때를 기다리는 예닐곱 개의 또 다른 참외들도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또다시 우리에게 감탄의 맛을 선사할 것이다.
참외에 비해 수박은 좀 늦되서 큰 녀석은 핸드볼 공만하고
작은 녀석들은 야구공만하게 달려서
맛을 보기에는 아직도 보름은 더 있어야 할 것같다.
아내는 아직 수박 맛을 못본 터라 수박에 대해서는 여전히 야박했다.
“수박은 이제 심지 말자...맛 한번 보려다 해 넘어가겠네!”
이웃집 할머니도 내가 심어놓은 수박을 보시더니 한 마디 하신다.
“수박이 달리긴 했어요?”
내가 야구공만한 수박을 가리키며 웃자, 할머니는
“아유 그걸 언제 키워 먹을라구...” 하며 끌끌 혀를 찬다.
하긴 이웃집들 텃밭 가꾸는 것을 보아하니
모종 시절에 비료를 뿌려서 모양 좋고 튼실하게 키우기는 하더라만,
애당초 나는 비료의 힘으로 보기 좋게 키울 생각이 없었다.
우리가 먹는 것만큼은 유기농으로 키우자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텃밭에서 자라는 참외 수박은
개똥과 고양이똥, 음식물 쓰레기와 잡초가 배합된 퇴비가 키워낸 것이다.
“이건 개와 고양이가 키운 참외야!”
이렇게 말하고 나자 어쩐지 우리집 개와 고양이가 기특해졌다.
* Slow Life::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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