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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22 나루터 혹은 뱃사공의 추억 (7)

나루터 혹은 뱃사공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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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터 혹은 뱃사공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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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민에게 강물은 기억을 되돌리는 타임머신과 같다. 나 또한 강물을 보고 있으면, 그 옛날 학교에 가기 위해 매일 아침 나룻배를 타던 기억이 밀려오곤 한다. 한쪽 팔이 없던 뱃사공은 늘 10분씩 늦던 나를 기다렸다가 배를 건너 주곤 하였다. 나루터에서 시오리는 더 신작로를 따라 걸어가야 했던 학교. 학교에서 돌아와 다시 나루터에 서면 동네 아이들은 합창하듯 ‘배 건너와요’를 외쳤다. 그러면 어김없이 건너편에서는 외팔 사공이 천천히 삿대를 질러 우리들 앞에 배를 갖다 댔다. 그 때만 해도 마치 구원을 기다리듯 ‘배 건너와요’만 외치면 언제든 나를 향해 건너오는 뱃사공이 있었다. 아직도 나는 그 옛날 외팔 사공이 어떻게 그 넓은 강을 삿대와 노를 저어 건너올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의 멀쩡한 두 팔은 지금 나룻배도 젓지 않는데, 이토록 뻐근하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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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에는 시간이 매우 느리게 흘러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늘도 밭에 나갔고, 내일도 밭에 나갔으며, 저녁에는 어김없이 소를 몰고 돌아왔다. 일요일도 월요일과 다를 게 없었고, 오늘도 어제와 다를 게 없었다. 나는 지각 없이 학교를 잘 다녔고, 저녁에는 등잔불 밑에서 연필에 침 묻혀가며 숙제도 했다. 그러나 수몰민이 되어 낯선 도심에 뚝 떨어져나온 순간부터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갔다. 달구지처럼 덜컹거리던 시간이 갑자기 버스처럼 휙, 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대학에 갔고, 군대를 갔으며, 직장을 때려치웠다. 그리고 순식간에 여기까지 와서 무수히 흘러간 옛날의 강물을 보고 있는 것이다. 속절없이 세월만 흘러 내가 이제 그 옛날 뱃사공의 나이가 다 되었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Trackback 0 And Comment 7
  1. 오드리햅번 2008.04.22 14:01 address edit & del reply

    이런풍경 사진 어디서 구하셨어요..
    내가 아주 어렸을때 풍경인데..

  2. Favicon of http://neowind.tistory.com BlogIcon 김천령 2008.04.22 14:39 address edit & del reply

    느림의 미라고 했던가요.
    때론 시간을 잊어 버린 채 살 고 싶답니다.

  3. Favicon of https://gunbbagunpla.tistory.com BlogIcon 건빠건프라 2008.04.22 17:1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1990) 에도 제 동네에 나룻배가 있었죠.. 제생각에는 아마 제 나이 또래중에 나룻배를 탄사람은 별로 없을것 같아요 ^^. 그냥 그때가 생각이 나네요 사진 잘 보다 갑니다 ^^

  4. 2008.04.22 18:1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2008.04.23 07:4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6. Favicon of http://blog.daum.net/11757 BlogIcon 나먹통아님 2008.04.23 09:24 address edit & del reply

    85년도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물속에 잠긴 마을들이 상당히 많은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금도 물속에 고향을 둔 사람들이 단양에서부터 월악 나루터까지 수도 없이 많더군요. 특히 구단양은 도시 전체가 물속에 잠기다시피 하였다죠 ? 20년전 그곳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면서 머리에 빨강띠 둘러메고 시위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들었는데...그렇게 순순히 고향을 떠나면서 보상도 제대로 못 받았을걸요

  7.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 BlogIcon 실비단안개 2008.04.24 06:41 address edit & del reply

    나룻배를 탄 기억은 부산의 하단에서 명지로 갈 때였습니다.
    당시는 재첩채취배도 있었구요.
    그런 일들이 아주 오래전의 일이 아니건만 우리는 벌써 잊어가고 있네요.
    달구지처럼 덜컹거리던 시간이 버스처럼 휙 - 지나가고 있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마음에 욕심이 많아, 어른이 되어가며 때가 많아 많은 것들을 잊고 싶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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