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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19 어미 고양이는 괜찮아요 41
어미 고양이는 괜찮아요
지난 11월 11일에 올린 <내새끼 핥아줄 수도 없는 어미고양이>를 보고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걱정과 후원을 해주셨다.
축사냥이를 보살펴 달라고 보내온 사료는 자묘용 9포대를 비롯해 모두 30여 포대 이상이 답지했고,
고양이캔도 17상자에 100캡슐 라이신 한통이 배달되었다.
이 정도면 10마리 축사냥이와 새로 4마리의 새끼를 낳은 까뮈네 식구와 바람이가
내년 봄까지는 먹을 양이다.
내가 치료용 캔을 먹이기 위해 가까이 접근한 뒤부터 도리어 어미 고양이는 경계심이 심해졌다. 며칠 동안 보이지 않던 어미 고양이가 나를 보고는 축사 밖으로 도망을 치고 있다.
지난 13일의 금요일 어미 고양이가 많이 나아졌다는 소식을 짤막하게 전한 적이 있는데,
그날 이후 무려 4일 동안이나 어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혹여 녀석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노심초사했다.
그런데 이틀전 녀석이 다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허피스’로 추정되는, 진물 흐르던 코와 입가는 다시 깨끗한 상태로 돌아왔다.
치료용 캔을 두 번 준적은 있지만,
녀석은 그 과정에서 내가 다가오는 것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껴
과연 녀석이 그것을 먹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녀석은 충분한 사료와 깨끗한 물 공급으로 영양상태가 좋아져
덩달아 좋아진 면역력으로 ‘허피스’를 이겨낸 듯하다.
어미 고양이의 뒤를 따라가 녀석의 얼굴을 살펴보니, 진물과 상처가 말끔히 나았다. 자연치유의 놀라운 힘!
나는 혹시도 모를 새끼들의 전염을 염려해
지난 며칠간 특별 제조한 ‘캔밥’을 새끼들에게 먹여왔다.
그러니까 사료와 캔의 비율을 6:4 정도로 하고, 라이신을 4~5개 섞어 버무린 ‘특식’인데, 축사냥이 녀석들 난생 처음 캔이 섞인 사료를 먹어보는지
정말 걸신들린 것처럼 다부지게도 그것을 먹어치웠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도 얼마나 뿌듯하던지.
이래저래 10마리 축사냥이가 사는 축사에는 다시금 평화가 찾아왔다.
이곳의 새끼들은 더 이상 먹이원정을 나가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어미 고양이만큼은 요즘에도 혼자서 먹이원정을 다닌다.
어미는 순전히 축사에 날라다 주는 먹이를 새끼들에게 다 양보하고
혼자서 길거리의 짜고 거친 음식들을 찾아다닌다.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축사에 들어오지 못해!" 어미 고양이는 축사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렇게 영역 표시도 한다.
‘모정’이라는 말밖에는 어미의 먹이원정을 설명할 길이 없다.
중고양이 가운데 삼색이 또한 이곳의 먹이를 탐하기보다는 스스로 먹이를 찾아 혼자 떠돈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이곳에서 꾸준하게 먹이를 먹는 녀석은 새끼고양이 6마리와
중고양이 2마리, 총 8마리다.
저녁이 늦어 어미고양이와 삼색이가 돌아와 남은 사료를 먹는지는
내가 지켜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사실 어미고양이가 완전히 나았다는 소식은 이틀 전에 올려야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지난 5년간 나에게 혹사당해온 컴퓨터가 지난 13일의 금요일 사망,
일주일 동안 나는 컴퓨터 없는 로그아웃 세상에서 살았다.
내가 특별 제조한 '캔밥'을 먹고 있는 축사냥이 새끼고양이들. 녀석들 또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부랴부랴 통장 잔고를 털어 새 컴퓨터를 하나 장만하긴 했는데,
이게 아직 조립품이어서 완전한 상태가 아닌데다, 손에 익지도 않아서 적응하는 중이다.
그래도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바지런히 돌아다닌 끝에
새로운 고양이도 여럿 만났다.
우선 개울냥이네 까뮈가 사는 둥지에서 갓 낳은 4마리의 새끼를 만나
지난 며칠 동안 먹을 것을 실어날랐고,
개울가 쓰레기더미를 파헤치는 노랑이 녀석도 처음으로 만났다.
개울가 한 식당에서는 옥상의 굴 속에 산다는 굴냥이와 모텔을 영역으로 살아가는 모텔냥이도 만났다.
로그아웃하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일주일만에 다시 포스팅을 하려니 손가락이 자꾸만 허방을 짚는다.
겨울이다 고양이들아! 너희들도 어쩔 수 없이 이제는 거리의 전사가 되겠구나!
* 시골냥이가 사는 법::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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