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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05 고양이, 파라솔 아래의 평화 (21)

고양이, 파라솔 아래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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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파라솔 아래의 평화

 

지난여름은 혹독했다.

이웃집에서 열흘 넘게 쥐약을 놓는 바람에

우리집 단골 손님이었던 몽당이와 두 마리의 아기고양이가

억울하게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뒤늦게 나는 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고양이보호협회의 도움을 받아 <쥐약 및 독극물 살포에 대하여>란

협조문을 이웃집에 전달하기에 이르렀다.

그것 때문인지, 아니면 쥐약이 떨어졌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때부터 이웃집에서도 쥐약을 놓지 않게 되었고,

더 이상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몽당이가 세상에 남기고 간 핏줄은 이제 몽롱이가 유일했다.

몽롱이는 어미가 참변을 당하고 난 뒤,

한동안 우리집에 발길을 끊었다.

일주일이 넘어서야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한밤중에 우리집을 찾아와 녀석은 테라스에서 냐앙냐앙 울었다.

그래 불쌍한 녀석, 너도 어미의 죽음을 알고 있었구나?

나는 녀석에게 사료와 함께 캔을 하나 따주었다.

 

 

 

쥐약사건이 벌어진 뒤로 경계심이 심해진 건

너굴이나 조로도 마찬가지였다.

하루의 절반 정도를 우리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너굴이는 몽당이의 죽음을 목격한 뒤로 며칠에 한번 꼴로 나타나서는

경계 가득한 얼굴로 밥만 먹고 곧바로 사라지곤 했다.

조로 녀석은 아예 먹이원정길을 바꿔 이웃집을 낀 도로가 아닌

논두렁을 걸어 우리집으로 오곤 했다.

 

 

 

녀석들은 이제야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하다.

몽롱이도 너굴이도 조로도 다시금 예전처럼

매일같이 우리집을 찾아왔다.

몽당이와 아기고양이 두 마리가 이곳을 떠나자

그동안 발길을 하지 않았던 몽롱이 아빠(턱시도)와 깜찍이의 새끼였던 얼룩이도

가끔 우리집을 찾아왔다.

 

 

녀석들은 비 맞지 말라고 펼쳐놓은 파라솔 아래서

교대로 밥을 먹고 사라졌다.

몽롱이 녀석은 아예 밥을 먹고 난 뒤에도

파라솔 아래서 그루밍을 하고 한참을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얼마 전 하늘과 구름이 아름다웠던 날이었다.

몽롱이가 파라솔 아래서 밥을 먹고 앉아 있는데,

그 모습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녀석은 한참이나 그곳에 앉아서 그루밍도 하고

먼산을 보다가 논두렁으로 내려갔다.

벌개미취가 한창이던 지난 달 초까지만 해도

파라솔 아래서 고양이가 밥이라도 먹고 있으면,

그 자체로 그림이 되었더랬다.

 

 

 

하지만 어느덧 벌개미취는 다 지고

논에는 누렇게 벼가 익어서 추수를 기다리고 있다.

조로는 논두렁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고,

너굴이는 종종 논두렁을 사방팔방 헤치고 다니며 메뚜기 사냥도 했다.

파라솔 아래서의 평화는 논두렁까지 이어졌다.

언제까지 이런 불안한 평화가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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