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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0.09 할머니 따라 마실 가는 고양이 80
혼자 사는 할머니의 길동무 고양이
우리 동네엔 마실 가는 고양이가 있다.
혼자서 동네를 떠돌거나 산책을 하는 게 아니라
마실 가는 할머니를 줄레줄레 따라가는 것이다.
우리 동네 최고의 꽃미냥 파란대문집 달타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저리 비켜! 할머니는 내가 모신다." 혼자 사는 할머니의 길동무가 되어 마실 동행을 하는 고양이, 달타냥.
나는 이 녀석이 강아지처럼 졸졸 할머니 뒤를 따라다니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한 적이 있다.
고양이가 야외에서 그것도 사람의 뒤를 따라 마실을 간다는 건
내가 알고 있는 고양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대문을 나서자 달타냥이 먼저 길가에 나와 마실 갈 채비를 한다.
불러도 오지 않고,
올테면 네가 와봐, 하는 게 고양이 습성 아니던가.
그런데 사람을 따라서 강아지처럼 줄레줄레 마실 동행을 한다니.
믿을 수가 없는 풍경이었다.
다른 사람이 나타나자 녀석은 잠시 길가의 콩포기 그늘에 숨은그림처럼 앉아 있다가(위) 할머니 뒤를 줄레줄레 따라와 마실 동행에 나선다(아래).
파란대문집에 사는 할머니는 점심 무렵이나 오후 네댓 시가 되면
경로당이 있는 마을회관으로 마실을 가시곤 한다.
이때 어김없이 할머니 뒤에는 달타냥 녀석이 동행을 한다.
할머니를 따라 어느덧 마을회관 앞까지 다다른 고양이. 내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자 거리를 두고 따라온다.
누군가 낯선 사람이 다가서면
잠시 길가의 콩밭이나 차밑으로 피신을 한다.
녀석은 마을회관까지 할머니를 배웅하고
할머니가 무사히 마을회관으로 들어갈 때까지 회관 앞 차밑에서 얌전하게 지켜보곤 한다.
하교하는 동네 아이들을 보자 녀석은 또다시 콩포기 그늘로 숨었다가 거리로 나온다.
다시 혼자서 타박타박 집으로 돌아온다.
파란대문집과 마을회관의 거리는 약 50~60미터 정도.
녀석의 마실 동행이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다.
집으로 돌아온 녀석은 이 때부터 대문 밖 길가에 나앉아
회관 쪽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기다린다.
할머니가 마을회관으로 들어간 뒤, 녀석은 집앞으로 혼자 돌아와 길가에 앉아 우두커니 할머니를 기다린다.
기다림에 지치면 콩포기 그늘로 들어가 잠시 잠을 청하기도 한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회관문이 열리고 할머니가 나오면
녀석은 다시 회관 쪽으로 걸음을 옮겨 마중을 나간다.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풍경이
실제로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파란대문집 대문 앞에서 할머니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 할머니에게 여쭤보았다.
“고양이가 강아지처럼 잘 따르네요?”
“어릴 때부텀 키워서 그렁가, 사람을 잘 따라대니유.”
당초 쥐를 잡기 위해 키웠다는 고양이가
쥐만 잡는 게 아니라 혼자 사는 할머니의 길동무까지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 할머니의 길동무 고양이::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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