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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을 따라가는 굴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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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을 따라가는 굴뚝 여행


예산 오추리 정동호 초가 집 뒤란에서 볼 수 있는 짚가림굴뚝.

무릇 집은 생명이다. 사람이 음식을 먹고 배설하고 숨쉬는 것처럼 도 먹고 배설하고 숨을 쉰다. 이른바 아궁이에 불을 때면 부넘기(방고래로 불이 넘어가는 턱)를 넘은 불길이 방고래를 따라 번져 마치 피가 돌 듯 구들장에도 온기가 돌고 아늑해진다. 아궁이가 집의 입이라면 굴뚝은 집의 뒷구멍이다. 탁하고 매캐한 연기는 개자리(불기를 빨아들이고 연기를 머물게 하는 고랑)를 거쳐 이 뒷구멍으로 다 빠져나간다. 사람이 먹지 않으면 똥을 눌 수 없듯, 집도 불을 때지 않으면 연기가 나지 않는다.


개심사의 와편굴뚝.

우리 민속에서는 굴뚝이 하늘에 이르는 연결 통로나 다름없었는데, 부엌을 관장하는 조왕신(불의 신, 또는 재물의 신으로 통한다)은 집의 아가리인 아궁이로 들어가 뒷구멍인 굴뚝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고 여겼다.


아궁이가 집의 아가리라면, 굴뚝은 집의 뒷구멍이다.

굴뚝이 단순히 연기 구멍의 노릇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궁이와 방고래의 공기 순환을 돕는 것도 굴뚝의 노릇이다. 굴뚝에 바람이 잘 들어야 아궁이에 불도 잘 들고, 방고래에 온기도 잘 도는 법이다.


오대산 서대 염불암의 통나무굴뚝.

그러다보니 지역과 환경에 따라 굴뚝의 높이도 달랐다. 바람이 잘 통하는 평야지대나 해안지대에서는 굴뚝이 그리 높지 않았고, 산간마을이나 계곡에서는 굴뚝이 상대적으로 높아 바람을 잘 받도록 했다. 굴뚝의 재료나 모양새도 여러 가지였다. 강원도 정선이나 삼척, 전라도 지리산 자락의 마을에서는 통나무 속을 비워서 만든 통나무굴뚝이 흔했다. 비슷한 굴뚝으로 통나무 대신 널빤지를 이어 붙인 널굴뚝이란 것도 있다. 다른 굴뚝과 달리 널굴뚝은 중간중간 갈라진 널의 틈새로 연기가 폴폴 새어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고성 왕곡마을의 옹기굴뚝.

옹기굴뚝(오지굴뚝)과 와편굴뚝도 있다. 옹기굴뚝은 옹기를 여러 개 이어 연통 노릇을 하게 만든 굴뚝이고, 와편굴뚝은 기와조각과 흙을 함께 쌓아올린 굴뚝을 일컫는다. 강원도 고성의 왕곡마을이나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을 비롯해 여러 민속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굴뚝들이다.


낙안읍성의 널굴뚝.

일부 섬 지역이나 남부 해안지방에서는 봉당이나 마당에 나지막하게 쌓아올린 흙굴뚝을 볼 수가 있다. 이 흙굴뚝은 부엌에서 불을 때면 연기가 마당에 자욱하게 깔리도록 만든 탓에 ‘앉은굴뚝’이나 다를 바 없다. 흙굴뚝 가운데는 돌과 흙을 마치 봉수대처럼 쌓아올린 뒤, 겉에 짚이엉을 두른 짚가림굴뚝이란 것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옛 궁궐이나 양반집 등에서는 ‘연가’라는 것이 있었다. 굴뚝 위에 지붕을 올린 형태인데, 굴뚝 위에 ‘지붕’까지 올렸던 까닭은 한마디로 비바람을 막아주고 굴뚝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봉당이나 마당에 나지막하게 쌓아올린 흙굴뚝. 이보다 더 낮은 것을 앉은굴뚝이라고도 한다.

사실 굴뚝이란 것은 온돌문화의 산물이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가장 다양한 굴뚝을 보유한 나라로 통했지만, 주거문화의 변화로 이 땅의 다양한 굴뚝은 더 이상의 소용을 잃고,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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