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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10 6마리 새끼고양이 태어났어요 31

6마리 새끼고양이 태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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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마리 새끼고양이태어났어요


 

축사에 사는 축사고양이 대모가 새끼를 낳았다.
노랑둥이 3마리, 삼색이 2마리, 고등어 한 마리.
모두 6마리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부터 대모의 배가 부풀대로 부풀어
오늘 내일 하더니,
이렇게 어여쁜 새끼를 6마리나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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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고양이 대모가 짚단 위에 6마리 새끼를 낳았다.

대모가 새끼를 낳은 곳은 축사 담장에 쌓아놓은 짚더니 위다.
닷새 전쯤 사료 배달을 갔을 때다.
사료를 내려놓자 다른 고양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사료를 먹기 시작하는데,
대모 혼자서 짚단 위에 올라앉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쩐지 수상해서 조심스레 짚단을 밟고 올라서
대모가 웅크린 곳을 살펴보니,
눈도 뜨지 못한 새끼들이 꼬물꼬물 어미의 젖을 빨고 있었다.
어미의 늘어진 젖배 아래서 꼬물거리는 갓난 생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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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모가 새끼를 낳은 곳은 축사 담장 경계의 짚단 위 철망 안쪽이다. 아직 눈도 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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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태어난 지 2~3일 밖에는 되지 않은 듯했다.
그동안 새끼를 낳은 길고양이 둥지를 두어 차례 지켜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갓난냥이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동안 7개월 넘게 축사고양이에게 사료를 배달해 왔지만,
대모는 여전히 나를 믿을 수 없다는 듯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건 마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기만 해봐. 가만두지 않겠어.” 하는 눈빛이었다.
이럴 땐 그저 못본척 물러서는 게 신상에 좋다.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나는 사료 배달을 하면서 대모의 둥지를 일부러 엿보지 않았다.
궁금함을 꾹꾹 눌러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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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눈을 뜨기 시작한 새끼고양이들.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녀석들.

사흘 뒤 다시 축사를 찾았을 때였다.
새끼를 낳았던 둥지가 사라지고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축사에서 짚단을 정리해 실어내느라
대모가 새끼를 낳은 짚단더미도 함께 사라진 거였다.
하지만 대모는 갓난냥이들을 데리고 멀리 가지는 않았다.
축사 안쪽에 야트막하게 남은 짚단 위에 새끼들을 옮겨놓은 것이다.
새끼들만 남기고 대모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며칠 새 새끼들 중 몇 마리는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해
고 가늘게 뜬 눈을 깜박이며 꼬물꼬물 기어다녔다.
어떤 녀석은 다른 녀석의 몸을 타넘고,
어떤 녀석은 자꾸만 둥지 바깥으로 기어나왔다.
꼬물꼬물 귀여운 갓난냥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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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로 돌아가(위)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는 어미 고양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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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을 놓고 갓난냥이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잠깐 뒤통수가 서늘해 뒤돌아보니
어느 새 대모가 내 등 뒤에 서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나는 대모가 둥지로 안전하게 돌아가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어미가 뽈뽈뽈 둥지로 걸어가 새끼들 앞에 서자
새끼들은 일제히 어미 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6마리 새끼들이 저마다 한자리씩 차지하고 젖을 빨기 시작했다.
갓 태어난 생명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저 모습이야말로 가장 숭고하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나는 평소보다 2배쯤 되는 사료를 축사에 내려놓고 서둘러 자리를 비켜주었다.
길고양이의 세계란 게 그렇다.
길 위에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태어난다.
누군가 떠난 자리에 누군가는 남아서
남은 자리를 지킨다.
따뜻한 봄 햇볕이 가득한 어느 오후였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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