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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23 하늘에서 본 티베트: 차마고도의 길 2

하늘에서 본 티베트: 차마고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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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티베트 2: 차마고도의 길



티베트 동남부, 차마고도 구간을 흘러가는 황토빛 물줄기. 구름과 봉우리.


신들의 언덕이고,

산의 어머니이자 강들의 고향이며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티베트에서 나는

가장 높고 희박한 것들을 만났다.



비행기 차창을 통해 바라본 구름의 바다(위). 그리고 히말라야 인근의 설산 풍경(아래).


가장 높은 봉우리와 가장 높은 강줄기와

가장 높은 길과

심지어 가장 높은 야크와 당나귀.

나에게는 그곳이 도달할 수 없는 정신꼭대기였고,

끝까지 갈 수 없는 희박한 봉우리였다.


온통 눈과 얼음뿐인 만년설 봉우리(위)와 장쾌하게 펼쳐진 설산 줄기와 빙하계곡(아래).


가장 높은 하늘길이자

가장 오래된 문명통로였던

‘차마고도’는 내게 항상

티베트의 길과 티베트의 시간에 대해 중얼거렸다.



티베트 동남부 차마고도 구간의 계곡과 산자락 풍경.


“시간은 말과 야크가 걷는 속도로 흘러간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인생은 충분히 짧다”

교역로이자 문명통로인 차마고도

내게 수행과 음미의 길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내내 그 길을 따라갔으며,

그 길에서 주저앉았다.



옥빛깔을 띠는 얄룽창포의 강줄기. 실핏줄처럼 뻗어 있다.


차마고도는 자연의 일부처럼 산자락을 흘러가지만,

나는 때때로 흘러가지 못했다.

나는 자연의 침입자에 불과했고,

길 위의 구경꾼에 다름아니었다.


공가공항 인근의 계곡에 길게 이어진 칭거밭과 산마을 풍경(위). 산 넘어 산. 봉우리의 바다(아래).


하늘 위에서 나는 다시 차마고도의 노선을 내려다보며

그 길을 되돌아보았지만,

여전히 그것은 안개와 베일에 가려져

비문처럼 마음에 남았다.


티베트 동남부의 산자락과 계곡 풍경.


누군가 내게 ‘티베트’나 ‘차마고도’에 대해 물어온다면,

여전히 나는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여전히 그것의 실체는 흐릿하고,

희박한 내 의식 속에서만 깜박거릴 뿐이다.



희끗희끗 봉우리에 쌓인 눈이 산줄기의 능선을 표시하는 듯하다.


그러나 분명한 건

티베트의 흙과 구름이 빚어낸 풍경 속에서

나는 어린시절의 고향을 보았으며,

어는 순간 순진한 옛날로 돌아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티베트가 내게 보여준 것들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망가뜨린 오래된 풍경

정서와 가치와 삶의 방식이었다.



샹그리라에서 만난 푸른 칭거밭과 노란 유채밭 풍경.


어떤 깨우침과 깨달음 없이도

그것들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벅차게 눈물겨웠다.

그것만으로 내게는 충분했다.

길에서 딱히 사진 찍어야 하는 풍경을 만나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나는 과분했다.


옛 티베트 땅인 샹그리라의 산중 마을과 산자락에 펼쳐진 들판.


애당초 하늘에서 본 티베트의 풍경은

하늘과 땅의 거리만큼 거리가 있고,

눈에 보이는 만큼만 보여질 뿐이다.

눈에 보이는 티베트가 보아야 하는 티베트의 실체는 아니다.

그래서 종종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은

이렇게 먹먹한 가슴 미어지게 한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 상세보기
이용한 지음 | 넥서스BOOKS 펴냄
차마고도 의 은밀함과 순수함에 빠지다! 바람과 구름의 자취를 따라가는 길 위의 시인 이용한의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 - 티베트, 차마고도를 따라가다』. 10여 년 전부터 출근하지 않는 인생을 선택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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