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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27 길고양이의 개구리 사냥법 46

길고양이의 개구리 사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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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개구리 사냥법

 

춥다.
들판은 황량하다.

개울냥이 여울이와 노을이가 겨울의 황량한 밭 언저리에서 놀고 있다.
번갈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앞발로 무언가를 툭툭 건드리면서...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이 녀석들 먹잇감으로 잡은 개구리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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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이가 밭고랑 흙을 파내다 잡아낸 개구리를 가지고 발로 툭툭 장난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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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운 초겨울 날씨에 개구리는 어디서 잡아온 건지.
잡아온 개구리는 왜 곧바로 먹지 않고 저렇게 장난을 치고 있는 건지.
개구리 장난감이 따로 없다.
불쌍한 개구리.
어쩌다 두 녀석에게 잡혀서 저렇게 꼼짝없이 죽어가는 장난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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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에게 사냥한 개구리는 먹잇감인 동시에 장난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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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녀석은 개구리로 할 수 있는 모든 장난을 다 쳤다.
앞발로 드리블을 하는 건 예사이고,
입으로 다리를 물거나 아예 두 발로 개구리를 붙잡고 이빨로 살짝 깨무는 장난까지
잔인하지만 그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시골냥이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놀이에 다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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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가 여울이에게서 개구리를 빼앗아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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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녀석들은 밭고랑 흙을 파다가 겨울잠을 자러 들어간 개구리를 발견했을 것이다.
일부러 배가 고파 사냥을 했다기보다는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으로 밭 흙을 파헤치다 개구리를 건진 셈이다.
내가 아는 바로 시골냥이라고 해서 개구리를 사냥해 먹는 경우가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다.
그래도 고양이가 개구리를 사냥해 먹는 모습은 시골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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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는 주로 입으로 물고 뜯는 것으로 개구리를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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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그것이 새가 되었든 쥐가 되었든 개구리가 되었든
먹잇감을 곧바로 먹는 법이 없다.
더러 어미 고양이는 새끼들에게 그것을 사냥 연습 삼아 산채로 넘겨주기도 한다.
한참을 가지고 놀다 지칠 때쯤에야 고양이는 그것을 먹이로 삼는다.
간혹 먹지도 않으면서 노리개로 가지고 놀다 버리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언제나 배가 고픈 길고양이들에게는 극히 드문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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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어디 슬슬 시식을 해볼까나...!"

고양이가 개구리를 잡아먹고 심지어 새를 잡아먹는다고 하면,
누군가는 그것봐라 고양이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이 때다 싶어 고양이를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몰아부칠지도 모른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하루에도 여러 마리의 개구리를 잡아먹는 왜가리 같은 새야말로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어야 한다.
이상하게도 몇몇 사람들은 새나 다른 동물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유독 고양이에게는 가혹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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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이가 개구리 장난을 끝내고 혼자 먹기 위해 자리를 옮기고 있다.

겨울이 되면서 사람들에게는 사냥허가까지 내주며 생태계 파괴의 면죄부까지 쥐어주면서
고양이가 새 한 마리 잡아먹으면 당장 소탕해야 한다면서 죽일 것처럼 공격을 한다.
새가 벌레를 잡아먹고 그 새를 상위 포식자가 잡아먹는 건 자연계의 어쩔 수 없는 섭리다.
거기에 사람만 관여하지 않는다면 자연계의 먹이사슬과 순환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언제나 모든 생태계 교란과 종의 멸종에는 인간이 개입돼 있다.
인간만 없으면 아무 문제 없다.
모든 자연과 환경의 교란과 문제는 인간이 일으킨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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