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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28 눈 속을 걷는 고양이 34

눈 속을 걷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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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걷는 고양이

 

예기치 않은 폭설이 내려 눈앞이 적막한 은세계다.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눈 오는 풍경 속에 빠져보자고 길을 나서는데,
파란대문집 달타냥이 냥냥 대문 앞에서 나를 불러세운다.

이렇게 눈이 오는데, 어디를 가냐고.
그렇게 갈 거면 밥이라도 주고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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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오면 개고생이여! 괜히 따라나왔어...으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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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냥 모른척하고 가던 길을 가려는데,
이 녀석 대문 밖에까지 나앉아 으냐앙 으냐앙 사자후를 토한다.
아이 고 녀석 참 앙칼지게도 부른다.
눈발이 이리도 퍼붓는데,
쏟아지는 눈은 칼바람에 부딪혀 난분분한데,
이 녀석 기어이 따라올 모양이다.
큰맘 먹고 녀석은 큰길에 나서 줄레줄레 나를 따라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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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눈이 이리도 온다냐...벌써부터 발바닥이 근질근질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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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 발을 탈탈 털면서 집안으로 꽁무니를 뺀다.
그럼 그렇지.
고양이는 고양이라서 눈을 좋아할 리가 없지.
그런데 잠시 후 녀석은 또다시 눈 퍼붓는 대로에 나섰다.
고양이라고 다 같은 고양이가 아니라는 듯.
녀석은 열 걸음을 옮기면 꼭 한 번씩은 시린 발을 들어올려 탈탈탈 털면서
기어코 생고생을 자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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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니까 시원하긴 한데...너무 시원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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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함박눈이 아니라서 살짝 아쉽지만,
녀석은 그나마 함박눈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듯
온몸으로 눈 속을 헤쳐나간다.
눈 속을 걷는 고양이.
오는 눈은 녀석의 등짝에도 머리에도 자꾸만 쌓여 성가시다.
그럴 땐 바르르 몸을 떨어 눈을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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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발 시려워! 뭐가 이래 자꾸 떨어지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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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파란대문집에서 멀어질수록 녀석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 거야.
급기야 집에서 100미터도 벗어나지 못해 녀석은
오던 길을 되돌아간다.
이런 날이야 말로 집 나오면 개고생이다.
공연히 오기 부려봐야 발만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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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안되겠다...돌아가야지...다시는 따라오나봐라...으냐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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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총총 나를 버리고
눈 쌓인 길에 고양이 발자국을 찍으며 돌아간다.
녀석이 돌아간 발자국 위로 또다시 눈은 사륵사륵 내려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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