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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1 고양이 쥐를 잡으면 이러고 논다 50

고양이 쥐를 잡으면 이러고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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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잡고 노는 모습

 

 

대모네 소미 녀석이 논 한가운데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무언가를 휙 앞발로 쳐내더니

그것을 물고 펄쩍펄쩍 뛰기도 했다.

 

 

평상시 같았으면 내 차의 엔진소리만 듣고도

이쪽으로 달려올 녀석이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본체만체다.

계속해서 혼자 어르고 까불고 있다.

가만 보니 녀석이 입에 문 것은 놀랍게도 쥐였다.

그러니까 녀석은 논 한가운데서 쥐를 잡아 놀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급히 카메라를 들고 나오자

녀석은 갑자기 눈치를 슬슬 보며

하던 장난의 속도를 조절하는 듯했다.

그리고 내가 논배미로 내려서자 가지고 놀던 쥐를 입에 물고

반대편 논두렁 쪽으로 달려갔다.

총총총 달려가는 녀석의 걸음이 경쾌하기만 하다.

 

 

짚더미 위에 엎드려 있던 대모는

그런 소미의 모습을 흘끔 한번 쳐다보고는 시큰둥하다.

놀랄 일도 아니라는 눈치다.

소미의 뒤를 살살 밟아가니 이 녀석

돌담집 벽돌 담장 아래서 쉬고 있던 재미와 꼬미에게

쥐를 잡았다고 자랑하려는 모양이다.

두 녀석의 앞에 그것을 턱하니 내려놓는 것이 틀림없다.

 

 

소미가 잡아온 쥐를 보자 재미가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이 녀석 앞발로 공을 굴리듯 쥐를 굴려도 보고

이미 숨이 끊어진 쥐의 멱을 몇 번이나 더 물었다가

툭툭 쳐서는 논배미로 떨어뜨린다.

그러고는 한참이나 위에서 구경을 한다.

 

 

 

혹시라도 쥐가 살아서 움직였다면 녀석은 곧 달려들 태세였지만,

쥐가 꿈쩍도 하지 않자 녀석은 이내 재미없다는 듯

꼬미에게로 다가갔다.

마치 그것은 이번엔 네 차례야, 하는 것 같았다.

꼬미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슬금슬금 쥐가 놓여진 곳으로 다가왔다.

 

 

이 녀석 가만보니 소미나 재미에 비해 겁이 많은 게 분명하다.

쥐 앞에 이르러서도 녀석은 고개를 뒤로 빼고

겨우 앞발을 내밀어 툭 한번 쥐를 건드려보았다.

쥐 주위를 몇 바퀴나 돌다가

다시 한번 투둑 하고 쥐를 건드렸다.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누가 시켜서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녀석은 겨우겨우 쥐를 건들기만 했다.

 

 

그러더니 결국 무서운 건지 재미가 없는 건지

뒷걸음을 쳐서 재미가 앉아 있는 담장 아래로 갔다.

쥐를 던져놓고 간 소미는 이미 사라져서 어미 곁으로 간 듯하다.

논 한가운데 버려진 쥐 한 마리.

내가 카메라를 거두고 자리를 뜨자

재미도 꼬미도 쥐 잡는 놀이 따위는 재미없다며

내 뒤를 줄레줄레 따라온다.

그렇게 녀석들의 쥐잡이 놀이는 끝이 났다.

 

 

 

“쥐를 잡자”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마을회관에 이런 표어 하나씩은 붙어 있었다.

쥐를 잡는 데는 역시 고양이만한 게 없었다.

그것이 노랑이든 고등어든 상관없었다.

그 때만 해도 쥐 잘 잡는 고양이가 최고였다.

세월은 흘렀고,

예나 지금이나 고양이는 쥐를 잡는 데는 최고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고양이의 그런 쓸모 따위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세태는 더 각박해져

텃밭을 파헤치고 음식물 쓰레기를 헤쳐놓는다는 이유로

고양이는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심지어 학대를 당하고 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것은 자유지만,

싫어한다는 이유로 그것을 학대하거나 죽이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그럼에도 시골에서는 쥐약을 놓아 고양이를 죽이는 일이

거의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다른 건 다 좋은 데 이럴 때는 정말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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