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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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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갈까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속담이 있다.
겉으로는 얌전해 보이는 사람이 뒤로는 자기 실속을 다 차리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
얌전한 고양이는 정말로 부뚜막에 먼저 올라갈까.
이걸 실험을 해볼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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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거거든...아 따뜻해."
 
얼마 전 내가 경험한 것을 그대로 전하자면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 게 맞다.
최소한 내가 만난 축사고양이 속에서는 그렇다.
얼마 전 축사에 갔을 때의 일이다.
보통 축사냥이들은 별일 없는 한 야외 짚단이나
축사 내부 공터에서 놀거나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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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뚜막이 별론데...솥뚜껑이 낫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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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날따라 여리와 나리, 노리가
가마솥이 걸린 아궁이 아래서 놀고 있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마도 조금 전 이곳 아궁이에 개밥을 끓이기 위해 불을 땐 모양이다.
이 가마솥에서는 종종 축사에서 키우는 개에게 먹일 개밥을 끓이곤 하는데,
그 때마다 축사냥이들은 따뜻한 온기가 도는
아궁이 곁으로 몰려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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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렇게 가마솥 찜질을 해줘야 한다니까..." "거기 따뜻하냐?" "아니, 안따뜻하니까 저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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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궁이 앞을 왔다갔다 하던 여리 녀석이 갑자기
부뚜막으로 풀쩍 뛰어올랐다.
아궁이 앞에서 남은 온기를 쬐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여리로 말할 것같으면, 축사냥이 중에서도
가장 얌전하고 순진한 녀석이다.
정말로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리가 부뚜막에서 다시 가마솥 위로 풀쩍 뛰어올랐다.
부뚜막보다는 잘 데워진 가마솥이 훨씬 따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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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에 고양이. "엉덩이랑 뱃가죽이 따땃한 것이 나도 모르게 자꾸 눈이 감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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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가마솥 위로 올라간 여리는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거기서 먼산도 보고, 그루밍도 하고 쉬다가
결국 꾸벅꾸벅 졸더니
가마솥 위에서 잠이 들었다.
옆에 있던 노리와 나리도 번갈아가며 부뚜막까지는 뛰어올라 보았지만,
이미 여리가 선점한 가마솥에는 도리상 오르지 않았다.
얌전하고 순진한 여리 녀석,
이렇게 뒤로는 자기 실속을 다 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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