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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 4남매의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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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 4남매의 겨울나기



지난 해 11월 초에 태어난 연립댁 아기 고양이는
당초 5마리였으나, 한달이 안돼 한 마리가 죽고 4마리가 살아남아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살아남은 4마리의 새끼는 모두 잿빛털을 가진
회색 줄무늬 고양이다.

얌이와 멍이의 어미이기도 한 연립댁은 11월 초에 본래 살던 둥지에서
50여 미터 떨어진 공터의 담장 밑 버려진 가죽의자 속에 5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11월 말에
본래의 둥지로 새끼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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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고양이 연립댁과 4남매 아기 고양이가 둥지 앞에서 겨울 햇살을 잠시 쬐고 있다.

거기에는 이미 얌이와 멍이가 살고 있었는데,
4마리의 새끼가 보태져 연립주택 둥지는 고양이 밀도(7마리)가 가장 높은 둥지가 되었다.
이곳의 둥지는 주택 창턱이 뻗어나온 곳에 가림막 시설이 돼 있어
고양이의 은신처로는 더없이 훌륭한 곳이지만,
습하고 늘 해가 오후에만 1시간 정도 드는 음지여서
썩 좋은 환경이라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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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1월 말 어미를 잃고 헤매던 새끼 고양이. 당시 한 초등학생이 녀석을 데리고 있다 어미를 찾아주었는데, 지금까지는 이렇게 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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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길고양이에게 좋은 환경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유난히 모성애가 강한 연립댁은
얌이와 멍이도 5개월을 데리고 살았는데,
4남매를 또 얼마나 데리고 살지는 기약이 없다.
나는 연립댁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별일이 없는 한 하루 한번 정도는 녀석들의 둥지 앞에
사료를 부어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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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앞 화단을 거니는 연립댁 새끼 고양이.

물론 이것은 7마리의 길고양이가 먹고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그러므로 녀석들은 언제나 부족한 먹이를 해결하기 위해
늘 쓰레기를 뒤지며 살 수밖에 없다.
겨울이 와서 몇 차례 눈이 내리고 혹독한 날씨가 거듭되면서
먹이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연립댁은 두달쯤 된 새끼들을 데리고 먹이 원정을 나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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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앞 화단 난간에서 어미를 기다리는 아기 고양이.

웬만하면 독립을 시킬 시기였지만,
연립댁은 함께 먹이 원정을 나서는 것으로 독립을 대신했다.
더욱이 이런 혹독한 날씨에 독립을 시키는 것은
새끼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새끼들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풍이라도 나서는 양 어미 뒤만 줄레줄레 따라다니곤 했는데,
생각했던 것만큼의 성과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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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놓아준 사료를 먹고 있는 아기 고양이. 한 녀석은 빼앗길세라 사료 그릇에 발을 담그고 있고, 한 녀석은 아직 사료 씹기가 힘겨운지 살짝 인상을 쓰며 사료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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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근에는 또 한명의 누군가가 부정기적이나마
연립댁 둥지 앞에 먹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 누군가는 새끼들을 거느리고 다니는 연립댁의 안쓰러움을 보았을 것이다.
반면 고양이가 왜 이렇게 많냐며
연립댁 고양이들에게 해코지를 하는 사람들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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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를 앞에 둔 아기 고양이 남매(위)와 먹이를 먹고 그루밍을 하는 아기 고양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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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골목을 지나던 2명의 초등학생이
‘도둑고양이다!’ 하면서 돌을 던지는 것을 목격하고
나는 녀석들을 불러 따끔하게 충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녀석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길거리의 고양이한테 돌 좀 던진 것 가지고 왜 그러느냐는 표정이었다.
녀석들에게는 되레 돌을 던지지 말라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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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남매 아기 고양이의 어미 연립댁과 회색털을 가진 아빠 고양이.

한번은 연립주택에 거주하는 노인 한분이
욕설을 해대며 ‘누가 여기다 사료를 주었느냐’고 역정을 내셨다.
그리고는 사료가 담겨 있던 작은 플라스틱 그릇을 골목의 쓰레기더미로 내팽개쳤다.
그러나 노인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양이 먹이를 주는 사람보다 언제나
고양이 먹이를 내팽개치고 고양이를 내쫓는 사람들이 정당한 것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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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이와 멍이의 어미이자 4남매 아기 고양이의 어미냥인 연립댁.

고양이 먹이를 주는 사람은 늘 사회적 소수자이고 약자이며
‘이상한 사람’에 불과하다.
사실 길고양이에게 가장 힘겨운 현실은 겨울도 겨울의 혹독한 추위도 아닌
엄동설한보다 더한 사람들의 냉대와 학대이다.
연립댁의 4남매 아기 고양이는 지금 그것과의 혹독한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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