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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30 상처 입은 고양이의 발라당 36

상처 입은 고양이의 발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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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고양이발라당


 

몇 며칠 마당고양이 덩달이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걱정이 돼 집 앞을 기웃거려 보았지만,
녀석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내 발자국 소리를 듣자마자
덩달이 녀석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뒤늦게 봉달이도 줄레줄레 따라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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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달이와 함께 걸어오는 덩달이의 걸음걸이가 심상치 않다.
뒷발을 절룩거리고 있다.
가까이 다가온 녀석의 뒷발을 살펴보니
털이 다 벗겨지고 살점이 떨어져나간 자국도 보인다.
상처엔 선홍색 피딱지가 완전하게 굳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다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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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도면 꽤 아플 법도 하건만,
덩달이 녀석은 뭐가 그리 반가운지 뒷발을 절룩이면서도 거의 달려오다시피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평소와 다름없이 발라당을 하기 시작한다.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다가 기지개도 켜고
만세도 부르고 땅헤엄까지 친다.
다리를 다친 녀석이 맞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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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보지 않은 관계로 봉달이보다 한 움큼 더 많은 사료를 부어주자
녀석은 걸신들린 듯 먹어치운다.
한참이나 배를 채우고 포만감이 들자
녀석이 그루밍을 시작하는데, 자꾸만 혀가 뒷발의 상처 부위를 핥는다.
어쩌다 저리 되었을까.
오는 길에 봉달이와 덩달이가 사는 마당집 주인이 밖에 나와 있기에
덩달이가 왜 다쳤는지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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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도둑괭이가 와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긴 하더만...”
그의 말대로라면 다른 고양이가 침입해 서로 싸우다가 상처를 입었다는 얘기가 된다.
어디까지나 그것도 추측이었다.
사실 덩달이의 상처를 처음 보았을 때,
혹시 사람에게 입은 상처가 아닌가 살짝 걱정을 했다.
물론 지금도 그 걱정을 완전히 떨쳐버린 건 아니다.
고양이의 세계에서 고양이끼리의 싸움은 종종 있는 일이다.
심한 경우 영역싸움을 벌이다 한쪽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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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지켜본 바로는
암컷끼리는 별로 싸우는 일이 없다.
수컷끼리의 싸움은 주로 영역싸움이거나 암컷을 둘러싼 싸움이고,
암수의 싸움은 새끼를 보호하거나 해치려는 싸움이 많은데,
가장 격렬한 싸움은 수컷끼리의 싸움이 아니라 오히려 암수의 싸움이다.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싸움에서 모성애로 무장한 암컷은 생사를 걸고 싸우기 때문이다.
덩달이의 싸움이 무엇이었건,
하루빨리 상처가 회복되기를 바란다.
내일은 녀석에게 영양캔밥이라도 배달해야겠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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